6·3 지방선거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거둬들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선거 연대’라는 또 다른 숙제를 받아들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는 합당 논란으로 우리의 힘을 포기할 수 없다”며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밤 긴급 최고위 끝에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반발했던 최고위원들도 봉합에 나섰다. 이언주 의원은 “중요한 것은 당의 화합과 안정, 지방선거 승리”라고 했고, 강득구 의원도 “민주당은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일간 당을 합당 찬성·반대파로 쪼개놓은 합당 논란은 일단 잦아들었지만, 정 대표는 선거 연합이라는 새 난제를 마주했다. “혁신당과의 연대와 통합을 위한 통합 추진 준비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지난 10일)는 그의 발언이 선거 연합 제안으로 읽히면서다.
혁신당은 11일 ‘연대’의 뜻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한다”면서도 “연대가 지방선거 연대인지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 정 대표가 “국민, 민주당 당원, 혁신당 당원께 사과드린다”고 한 데 대해서는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에선 선거 연대에 대한 확답을 미루는 기류가 강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11일 “지방선거 전 선거 연대는 사실 쉽지 않다”며 “우리 스케줄대로 간다는 원칙은 변함없고, 그 과정에서 선거 연대 여론이 일어날 순 있지만 지금 예측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1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선거 연합에 대해선 필요한 계기에 소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만 했다.
민주당의 미온적 태도에는 과거 선거연대 실패의 경험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4년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 선거 당시 양당은 단일화 협상을 선거 열흘 전까지 이어간 끝에 겨우 단일화했지만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에게 크게 패배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연대가 드라마틱하게 결과를 바꾸지 못해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합당 파문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정 대표가 연대에 대한 당내 동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정 대표의 거친 운영 방식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터진 상태에서 곧바로 마음을 돌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시선은 각자 선거를 치르게 된 ‘호남 전쟁’에도 쏠린다. 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혁신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에서만큼은 시장, 지사 등 후보를 낼 의지가 있다”고 했다. 수도권 등에서는 “기초단체장·기초의원 등 풀뿌리 조직을 잘 만드는 것이 목표”라지만, 호남만은 예외라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혁신당 후보가 나오면 민주당 후보만 나왔을 때처럼 편안한 선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합당 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나갈 것으로 전망됐던 조국 대표의 행선지는 안갯속이 됐다. 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재보궐이든 자치단체장이든 나간다는 원칙만 있다. 3~4월쯤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