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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더 놔 달라" 싹싹 빌게 된다…20만원 짜리 주사 정체

중앙일보

2026.02.11 06:34 2026.02.1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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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미데이트를 더 투약해달라고 비는 투약자의 모습.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한 번만 더 놔 달라"고 애원할 만큼 중독성이 강한 전신마취제를 판매하고 몰래 놔준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 유통에 관여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 A씨와 중간 유통책인 조직폭력배 B씨 등 17명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이 중 10명은 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 등 의약품 도매법인 관계자들은 2024년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에토미데이트 총 3160박스를 개당 10만∼25만원에 B씨 등에게 판매하고 4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개당 10㎖의 에토미데이트가 담긴 앰풀로 환산하면 총 3만1600개에 해당한다.

A씨는 이 에토미데이트를 마치 베트남 등지로 수출한 것으로 위장하거나 본인이 모두 대표자인 2개 법인 간 거래로 꾸미는 등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거친 것처럼 속여 공급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고자 에토미데이트 포장재에 붙은 바코드 등 고유정보를 일일이 제거한 후 유통했고, 실제 물건은 현금을 받고 중간 유통업자에게 넘기는 치밀함도 보였다.

B씨 등 중간 유통책은 공급받은 에토미데이트를 박스당 30만∼35만원에 판매자들에게 넘겼고, 판매책 C씨 등 12명은 앰풀당 20만원을 받고 44명에게 팔았다.

C씨 등은 강남구 청담동·삼성동 등에 불법 시술소를 운영하거나 '출장 주사' 형태로 영업했다. 아파트와 빌라에서 비밀리에 투약하거나, 피부과 의원인 양 시설을 꾸미기도 했다. 투약과 판매를 보조할 간호조무사를 고용하고, 흰 가운을 입고 의사 행세도 했다. 해외 메신저를 통해 예약받고 차명 계좌를 쓰는 치밀함을 보였으나, 막상 영업소에는 응급 의료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위험한 영업을 했다.

투약자들은 유흥업소나 무허가 택시인 '콜떼기' 등을 통해 알음알음 이곳을 찾았다. 이 중 한 여성은 침상에서 의사 가운을 입은 남자에게 주사를 한 번 더 놔 달라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비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여성은 주사를 맞고 손을 벌벌 떨기도 했고, 쓰레기통을 잡고 구토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투약자는 19시간 동안 앰풀 50개를 연속 투약받는 심각한 오남용 실태가 확인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만 현재는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아 투약자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어렵다. 경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과태료 처분을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 오남용을 일삼은 병의원에 대한 수사를 이어오다 지난해 1월 '피부과처럼 꾸미고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하는 불법 시술소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이후 여러 차례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도매법인부터 판매업자까지 이어지는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현금 4900만원을 압수하고, 자동차 등 합계 4억2300만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기도 했다. 관세청과 관할 세무서에는 A씨의 허위 수출 신고와 탈세 사실을 통보했다.



현예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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