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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315) 장백산에 기를 꽂고

중앙일보

2026.02.11 07:02 2026.02.1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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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장백산에 기를 꽂고
김종서(1383∼1453)

장백산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을 씻겨
썩은 저 선비야 우리 아니 사나이냐
어떻다 능연각(凌煙閣) 상에 뉘 얼굴을 그릴꼬
-병와가곡집

나라의 국경을 긋다
김종서(金宗瑞)가 함길도 관찰사로 있을 때, 두만강 유역의 여진족을 몰아내고 6진을 설치해 두만강을 경계로 국경을 확정지으며 읊은 노래다. 그로 해서 백두산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을 씻길 수 있게 되었다. 6진 개척에 반대하던 부패한 선비들을 꾸짖고 사내대장부의 호탕한 기개를 떨쳐 보인다.

능연각이란 당 태종이 24 공신들의 얼굴을 그려 걸어두게 했던 누각이다. 그곳에 얼굴이 그려진다 함은 나라에 공을 세워 후세에 길이 남을 인물이라는 것을 뜻한다. 누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느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여성적 정서가 주조를 이루는 우리 시에 보기 드문 남성적 힘의 시조다. 김종서가 확정한 국경은 오늘까지 우리의 국경이니 그의 역사적 업적이라 하겠다. 세종의 총애를 받았던 그는 문종으로부터 단종의 보필을 당부받은 고명대신이었으나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으로 피살되었다. 나라의 영웅이 정권을 탐하는 무리에게는 적이 되었던 것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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