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평화회담 대표단이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군용기가 직후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군용기의 방북이 포착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양국이 종전 협상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군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1일 항공기 추적 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223항공대가 운용하는 일류신 Il-62M 군용기는 지난 9일 오후 7시 30분경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이 비행기는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한 뒤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약 15시간 동안 체류한 뒤 10일 오전 10시 20분경 다시 러시아를 향했다. 이는 올해 확인된 러시아 군용기의 첫 번째 방북이다.
미묘한 건 비행기의 직전 동선이다. 비행경로 추적 결과 해당 기체는 엿새 전인 지난 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향한 뒤 5일 모스크바로 복귀했다. 지난 3~4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2차 미·러·우크라이나 평화회담에 참석한 러시아 대표단이 여기 탑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대북 전문 매체 NK뉴스는 설명했다. 당시 러시아 대표단은 이고르 코스튜코프 총참모부 정보총국(GRU) 국장이 이끌었다.
회담 직후 동일한 군용기의 방북이 이뤄졌단 점에서 러시아가 북한 측에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전략을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해당 비행기를 운용하는 제223항공대는 러시아 대통령과 국방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를 수송하는 부대다.
외교가에선 러시아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전후 재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지원을 추가로 요청했을 가능성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6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평양을 방문해 북한군의 3차 파병을 전격 발표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고위급 인사가 방북한 게 맞는다면 추가 파병이나 무기 지원 확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러시아와 북한 당국은 11일 오후 현재 방북 인사 등과 관련해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고위 당국자가 아닌 실무 차원의 교류일 가능성도 있다.
북·러 간 밀착은 군사적 차원을 넘어 민간 교류로도 확산하는 추세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인은 총 9985명으로 관련 통계가 공개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관광 목적의 방문이 5075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고향에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만드는 등 관광 산업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의도인데,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이 주된 대상으로 보인다.
11일 러시아 소재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는 자사 홈페이지에 ‘마식령에서 스키를 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글을 게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는 20~27일 강원도 원산시 북한 마식령스키장과 평양 시내를 5박 6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관광 상품을 소개한 것이다. 이 여행사는 “군중 없이 오직 당신만이 신선한 눈과 인적이 드문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문구도 덧붙여 러시아 관광객 전용 상품이란 점을 시사했다. 지난 2013년 12월 개장한 마식령스키장은 김정은이 집권 초기 앞세운 대표 치적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