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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러-우 전쟁 4년, 전쟁 판도 바꾼 드론과 북한

중앙일보

2026.02.1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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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 프레임워크’를 공세적으로 추진하면서 4년째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상반기에 종식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인도와의 관세 협상을 지렛대로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을 성사시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을 묶었다. 우크라이나에는 도네츠크 완전 철수와 대선 실시를 압박하며 종전 협상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3억원 드론, 5000억 잠수함 타격
북·러 무인무기체계 협력 가속중
드론에 대한 전력개념 재설계를

평화 프레임워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협상 구도를 불리하게 만들수록 우크라이나군은 주권 수호 의지를 능력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동시에 우방들의 군사원조를 유지·확대해 전쟁 수행능력을 확충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 수단이 저비용 무인체계 개발과 기발한 작전으로 러시아 전쟁지도부의 계산을 흔드는 군사 혁신 서사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3억원대의 수중드론을 활용해 5000억원이 넘는 러시아군 잠수함을 잡았다는 소식은 놀라웠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사상 처음으로 수중드론 ‘서브 시 베이비’가 러시아 잠수함을 폭파했다”며 “해당 잠수함은 심각한 손상을 입어 사실상 작전 불능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흑해함대는 “피해는 없었다”고 반박했으나 SBU가 노보로시스크 작전기지에서 물기둥이 솟구치는 수중 폭발 영상을 공개하면서 흑해함대의 체면이 구겨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저비용 무인체계로 고가 전략자산을 불능화하는 가성비 전투의 진수를 보여줬다. 러시아 영토가 워낙 광활한 데다 우크라이나군이 해양과 공중을 넘나들며 공세적 드론 작전을 전개하면서 감시 사각지대가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이러한 취약성이 러시아가 평화 프레임워크 협상에서 무인기를 활용한 상호 적대행위 중단 조항을 명문화하려는 배경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보여준 창의적 작전은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투기·잠수함 같은 첨단 전략자산을 갖지 못한 언더독이 택한 비대칭 대응이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는 자폭형 드론 대량 생산을 위해 지난해에 북한 인력 1만2000명을 타타르스탄 공화국 알라부가 경제특구에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장기화할수록 무인체계 기술과 전쟁 교훈을 매개로 한 북·러 협력이 심화할 우려가 크다. 그 과정에서 북한 특수작전군의 드론 및 대 드론 작전 역량도 비약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파병으로 축적한 경험을 체계화해 이번 달 하순 제9차 당대회 계기에 핵·재래식 전력의 동시 강화 기조를 선언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대회를 앞두고 국방성을 방문해 올해를 ‘거창한 변혁의 해’로 지칭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국방부는 인공지능(AI)과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 ‘50만 드론 전사’ 양성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AI의 군사적 활용과 북한의 드론 역량 강화로 안보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무인전력의 기하급수적 확충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드론·무인기를 제대별 편성 장비로만 인식하는 통념에서 벗어나 소모성 무기체계로 전력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응해 전 정부가 창설한 드론작전사령부를 해체할 방침이라고 한다. 국방 당국은 정치적 고려사항을 배제하고 한반도 작전환경과 현대전의 특징, 현행 드론 조직의 임무·역할과 지휘구조를 검토해 작전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 응징 보복(KMPR)으로 구성된 ‘한국형 3축 체계’의 고도화 흐름과 연계해 드론 전력 운용 개념을 발전시키기 위한 연합·합동 드론 작전 교리와 작전계획의 수립·정비도 시급하다.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한강을 따라 한국 영공을 침범해 수도권을 휘젓고 다녔다. 저고도 방공·대 드론 체계의 취약성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유사시에 북한 무인기 침투 징후를 조기에 탐지해 거부·차단하고, 즉각 무력화까지 가능한 합동 방공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아울러 상황에 따라 발원지에 대한 정밀 대응 역량까지 갖춰 ‘거창한 변혁의 해’에 숨겨진 북한의 적대적 의도를 억제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유라시아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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