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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면 뒤집힌다…한국 썰매 특명 "마의 4번 커브서 생존하라"

중앙일보

2026.02.11 12:00 2026.02.1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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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트랙에서 훈련하는 스켈레톤 정승기. 로이터=연합뉴스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은 정승기는 메달권에 도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의 4번 코스에서 생존하라.'

8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썰매에 내려진 특명이다. 한국 썰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남자 스켈레톤 윤성빈이 금메달을, 봅슬레이 4인승에 원윤종팀(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 베이징 때 메달을 놓친 한국은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쵸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코르티나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가 결전의 장소다. 스켈레톤은 정승기가 나서는 남자(12일), 김진수팀이 출전하는 봅슬레이 남자 2인승과 4인승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코르티나 트랙 난도는 '중상' 수준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신 실수가 하나가 치명적이어서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750m인 트랙은 16개의 커브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 전경. 4번 커브가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 AFP=연합뉴스
코르티나 트랙 4번 커브의 이름은 '미로'다. 사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선수와 전문가들은 레이스 초반부터 승부수를 띄워야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레이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마의 구간'으로는 4번 커브가 꼽혔다. 코르티나 트랙은 커브마다 이름이 있는데, 번 커브는 라비린티(Labirinti)로 불린다. 이탈리아어로 '미로'라는 뜻이다. 복잡한 미궁처럼 까다롭고 무사히 통과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자 봅슬레이를 이끄는 파일럿 김진수는 "1~4번 커브를 잘 연계해야 가속도 붙도록 설계된 트랙이다. 3번 커브에서 너무 힘을 주면 4번 커브를 돌다 궤도에서 벗어나 천장과 충돌해 썰매가 뒤집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는 "우린 스타트가 강점인 팀이라서 난이도가 높은 4번 커브를 승부처로 삼았다. 원심력을 잘 활용해 가속도를 최대한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커브를 통과한다면 좋은 기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승기도 "4번이 다른 대회 트랙에 비해 커브가 짧아서 썰매가 지붕쪽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힘 컨트롤을 하면서 조종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메달에 도전하는 봅슬레이 2인승 김진수팀. 오른쪽이 파일럿 김진수. 중앙포토
봅슬레이 4인승은 코르티나 트랙에서 동메달을 따낸 경험이 있다. AP=연합뉴스
썰매는 경기가 치러질 트랙에서 뛴 경험이 많은 선수에게 어드밴티지가 크게 작용하는 종목이다. 홈팀이나 베테랑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모두 생소한 경기장에서 싸워야 한다. 기존 트랙을 개조하느라, 이번 지난해 11월에야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를 개장했다. 베테랑 파일럿이 즐비한 세계 최강 독일과 개최국 이탈리아도 큰 이점이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스타트부터 1~4번 커브까지 이어지는 초반 구간에서 승부가 갈릴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지수팀의 2025~26시즌 스타트 기록은 세계 5위권이다. 특히 코르티나 올림픽 트랙에서 치러진 지난 11월 1차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은 4인승 동메달, 2인승에선 4위를 차지했다. 정승기는 2023~24시즌까지만 해도 대회마다 스타트 기록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부상을 당하면서 기록이 떨어졌다. 올 시즌 스타트 기록은 세계 10위권이었는데, 올림픽에 맞춰 기록을 6~8위권으로 끌어올릴 준비를 했다.

 평창올림픽 때 봅슬레이 사상 첫 메달을 따낸 원윤종팀. 맨 오른쪽이 원윤종. 연합뉴스
평창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원윤종은 "4번 커브가 어렵지만, 최고난도의 트랙을 만나 주행에서 승부가 갈리는 것보다 낫다. 젊지만 섬세한 우리 선수들이 잘 공략한다면 썰매에서 다시 한 번 메달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한신 스켈레톤 대표팀 코치도 "정승기의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기록적으로도 좋아지고 있다. 좋은 스타트에 이어 1~4번 구간만 잘 통과한다면 메달권에 도전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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