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공연장 된 법정…영국선 재판 쇼츠 만들면 법정모독죄

중앙일보

2026.02.11 12:00 2026.02.11 12:2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해 10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재판 1심이 중계되면서 일부 법정이 공연장처럼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란특검법 제11조 4항은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의 1심 재판을 의무적으로 중계하도록 했다. 법원의 재판 중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중에서도 내란 재판은 예외로 뒀다. 범여권은 국민적 관심사가 큰 만큼 알권리를 충족하고 충실한 변론을 유도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실상은 기대와 달랐다. 몇몇 피고인과 변호인들이 법정을 ‘정치 무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은 지난달 9일 필리버스터 변론으로 선고기일을 지연시킨 뒤 다음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여러가지 쟁점들을 많이 부각시켜서 국민들에게 알려드렸다. 저희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공판이 중계되는 환경을 최대한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최후진술에서 ”방청과 중계를 통해 이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고 응원해 주신 국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는 “자신들의 신념을 선동하는 공연장을 보는 것 같았다. 쇼츠를 염두하고 그렇게 한 것 아니냐”며 “재판 중계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튜브 쇼츠 재판중계. 유튜브 캡쳐

애초에 중계 범위를 좁히거나 다시보기, 편집과 같은 사후적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영국은 하급심에서 생중계를 허용한다. 그러나 재판 중계 영상을 편집, 재배포할 경우 법정모독죄로 처벌한다. 오락이나 풍자(light entertainment, satire) 목적의 영상 사용도 금지한다. 호주 역시 재판 중계 영상을 녹화하거나 재송출,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하는 행위는 막아뒀다. 프랑스는 헌법재판을 제외하고는 재판 중계방송을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은 주별로 다르지만 중계에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지난달 5일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재판은 촬영 불허로 스케치를 통해 법정 모습이 공개됐다. 2024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받았던 ‘성추문 입막음’ 재판도 중계는 불허돼 ‘법정 화가’ 손을 통해 그려졌다.

한 고법판사는 “개인 및 언론사 유튜브 채널 등이 재판 일부분을 잘라서 보도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전체 재판이 아닌 첫 공판기일과 결심, 선고기일만 중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중계를 위해 쟁점을 정리하는 기일을 따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김보름.최서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