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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막으면 파산도 막는다…간병비 폭탄, 英의 해법은 'AI'

중앙일보

2026.02.11 12:00 2026.02.1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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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도 매년 수 천명의 환자가 예고 없이 심장이 멈추는 ‘코드 블루(Code Blue)’를 겪는다. 코드 블루가 터지면 10명 중 8명은 숨진다. 살아도 뇌 손상 후유증으로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 가족이 직장을 그만두고 간병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의료 AI기업 뷰노가 주최한 환자 안전 글로벌 컨퍼런스 참여를 위해 방한한 브라이언 윌리엄스 영국 런던대 의과대학 석좌 교수와 크리스 슈비 영국 뱅거대 의과대학 교수를 지난 9일 만나 AI 시대 환자 안전 관리를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환자 안전을 위해 AI 연계 조기 경보 시스템(EWS·Early Warning System)을 도입한다.
브라이언 윌리엄스(왼쪽) 영국 런던대 의과대학 석좌 교수와 크리스 슈비 뱅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의료기관에서 AI가 쓰일 때 나타날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뷰노
윌리엄스 교수는 영국의 국가 의료 서비스(NHS)에 심정지 대응 표준 프로토콜을 확립한 글로벌 석학이다. 환자 안전 체계에 구조적인 변화를 이끈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OBE)을 받기도 했다. 슈비 교수는 심정지 등을 예측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의 보건 경제학적 영향을 분석한 임상 전문가다. 환자 안전 강화가 어떻게 국가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이고 개인의 간병 파산을 막는지를 입증했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Q : 영국은 모든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심정지 등 응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데.

브라이언 윌리엄스(이하 윌리엄스)=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조기 경보 체계(NEWS·National Early Warning Score) 시스템이다. 입원 환자의 혈압·산소포화도·체온 등 6개의 생체 지표의 변화를 점수화해 대응 수준을 정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심정지 등으로 응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별 상태 변화를 분석해 심정지 발생 전에 기관지 확장제·항생제 같은 약을 투여해 사전 대응한다. 결과적으로 병원 내 심정지 발생률이 절반가량 줄었다.”

크리스 슈비(이하 슈비)= “적시 치료로 일반 병동 내 심정지 발생이 14건에서 2건으로 최대 86%나 줄어든 사례도 있다. 재정 효율성도 입증했다. 환자 안전 관리 수준이 높아졌는데 오히려 전체적인 의료비 지출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심정지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으면서 중환자실 집중 치료가 줄어서다. 기존 시스템에 예측 정확도를 높인 AI를 적용하면 더 효율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은 의료 분야 AI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이다. NHS 소속된 영국의 모든 의료기관은 NEWS 진화 버전인 AI 연계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도입을 추진한다. AI 도입, 구독을 위한 예산도 공식적으로 편성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생체 지표 변화로 심정지 발생 전조 증상을 미리 포착하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뷰노
심정지를 어떻게 AI로 예측하나.

윌리엄스= “일반 병동에서 발생하는 심정지의 66% 이상은 6시간 전부터 활력 징후, 의식 수준 등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AI는 사람이 놓치는 미세한 변화를 데이터로 읽어낸다.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게 중요하다. 의료진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환자 안전을 위해 어떻게 AI를 체계적으로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슈비= “AI가 연계되면 기존보다 심정지 예측 정확도가 높아진다. 화재가 발생하는 시점에 오작동 없이 반드시 알림이 울리는 방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허위 경보가 줄어 불필요한 의료진 출동을 막아준다.”



Q : 심정지 발생 전 선제적 대응이 왜 중요한가.

윌리엄스= “NHS 분석에 따르면 심정지 예측 정확도가 높은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평균 2.1일이나 줄었다. 중환자실은 병원에서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공간이다. 하루 입원비만 2000~2500파운드(한화 340~420만원)가 든다.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줄면 다른 응급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여유 병상도 확보할 수 있다. 의료비 증가,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Q : 간병 파산도 AI로 막을 수 있을까.

슈비= “심정지 발생을 막으면 후유증 없이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가족 간병으로 직장을 그만두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상황도 생기지 않는다. 한 개인의 생명을 넘어 가족 전체의 삶까지 지켜준다고 본다.”


국내에서도 병원 내 심정지가 발생하면 중환자실 집중 치료, 에크모 등 고가 장비 사용으로 1인당 추가되는 의료비가 평균 2000~5000만원에 달한다. 심정지 후 뇌 손상으로 인한 장기 요양, 간병비, 생산성 손실 등 사회적 비용을 합산하면 손실은 더 크다.

슈비 교수는 ″심정지로 전신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중환자실로 입원하는 비율을 줄이면 추가 의료비 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뷰노

한국에서는 심정지 예측 등 의료 AI 활용을 환자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윌리엄스= “말도 안 된다(That makes no sense). 병원 내 심정지 발생을 막는 것은 환자 안전을 지키는 기본적인 보건 의료 인프라다. 빠른 일상 복귀는 국가 전체의 생산성 유지와도 연결된다. 한국은 의료기관 수준이 높고 의료 AI 기술력이 뛰어난데 왜 그런건지 이해가 안 된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보편적 보건 인프라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슈비= “의료 전문가 집단에서 AI를 활용해 입원 환자를 모니터링 하는 것에 대한 이견은 없다. 자동차를 살 때 안전밸트가 필요 없다고 제외하는 유상 옵션이 아닌 것과 비슷하다. 재정적 측면에서도 사후 수습보다는 사전 예방에 투자하는 게 이득이다.”



권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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