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투자 불구 도심 쇠퇴 가속화 사무실 공실률 30% 전국 최고 수준 주거용 전환, 상업•문화 공간 늘려야 치안과 노숙 문제 해결 최우선 과제
LA의 기업인과 정치권 인사들은 수십 년째 세련되고 활기찬 다운타운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이들 사이에선 고 일라이 브로드(LA를 문화예술 도시로 변모시킨 자선사업가)가 말했듯, "위대한 도시는 위대한 다운타운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다운타운 부흥 구상은 여전히 어번 랜드 인스티튜트(ULI)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컨벤션센터, 크립토닷컴 아레나, 다운타운 중심의 지하철망 등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다운타운 핵심부는 '위대함'보다는 오히려 디스토피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LA 다운타운의 오피스 공실률은 약 30%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최근 센트럴시티협회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오피스 공실은 향후 10년간 과세 평가액 기준으로 약 700억 달러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쇠퇴는 LA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핵심 도시는 1950년대 이후 대도시권 인구 비중의 지속적 감소를 겪어왔다. 이 흐름은 최근 더욱 가속화됐다.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국 대도시 인구의 약 80%는 교외 및 외곽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도심 거주 비율은 8%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전통적인 교통 중심 교외 지역에 분포해 있다.
한때 밀집된 도심 환경을 선호할 것으로 여겨졌던 밀레니얼 세대 역시, 특히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면서 교외로 이동하고 있다. 이전 세대보다 이동 시기가 늦어지긴 했지만 흐름 자체는 분명하다.
전국적으로 한때 번성했던 시애틀, 포틀랜드,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시카고 등 주요 도시의 다운타운 역시 20%가 넘는 공실률에 시달리고 있다. 수십 년간 감소해 온 신규 오피스 건설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뉴욕의 맨해튼에서도 높은 세금과 규제, 범죄 문제로 금융기업들이 마이애미나 댈러스 등지로 이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좀비 오피스 공간'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맨해튼은 여전히 뛰어난 문화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다수 근로자에게 높은 생활비를 상쇄할 만큼의 임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크 무로 연구원은 생활비를 고려할 경우 애팔래치아에서 로키산맥에 이르는 중부 19개 주 지역의 임금이 전국 평균을 웃돈다고 지적했다. 평균 임금이 가장 높은 10개 대도시권은 모두 중소 규모 도시이며,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원심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밀집된 도심에 있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사실 일자리의 외곽 이전은 이미 1950년대부터 진행됐으며, 팬데믹 이전에도 주요 대도시 고용 증가의 91%는 중심업무지구 외부에서 발생했다.
LA는 이 흐름을 선도해 온 도시다. LA 다운타운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지역 전체의 2% 남짓에 불과하지만, 뉴욕의 중심업무지구는 20%를 차지한다. 이런 점에서 LA의 상대적으로 약한 다운타운은 오히려 지역 경제가 특정 도심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행’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공지능과 원격근무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금융, 전문직, 비즈니스 서비스 분야 등 전통적으로 다운타운의 강점이었던 직종들이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대기업 CEO들과 백악관의 복귀 압박, 감시와 금전적 유인에도 불구하고 원격근무는 여전히 확산 중이며, 특히 경력이 많은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남아 있다.
시카고대 연구에 따르면 전체 노동력의 3분의 1은 온라인 근무가 가능하며, 실리콘밸리에서 창출되는 일자리의 경우 그 비율은 50%에 가깝다.
스탠퍼드대의 니컬러스 블룸 연구원은 원격근무 친화적 채용 공고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다국적 기업들조차 사무공간을 10~20% 줄일 계획이며, 샌프란시스코와 오스틴 같은 기술 중심 도시들은 이미 오피스 점유율 급락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LA를 포함한 도시 중심부는 뉴욕타임스가 표현한 ‘도시 몰락의 악순환’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해법은 H.G. 웰스가 120년 전 예견한 것처럼 도심을 하나의 커다란 시장, 즉 상점과 만남의 장소가 어우러진 거대한 갤러리로 재창조하는 데 있다.
삶의 질이 높은 도시 공간을 뜻하는 '어메니티 시티(Amenity City)'는 문화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을 선호하는 젊고, 대체로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가구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실제로 수요는 존재한다. 뉴욕의 오피스 마천루가 시대에 뒤처진 상징이 되어가는 동안, 주거용 고층 건물은 급증했다. 1990년대에는 11동에 불과했으나, 지난 10년간 83동으로 늘었고 2019년 이후에도 40동이 추가로 건설될 전망이다.
다운타운 시카고와 인근 지역은 핵심 경제가 부진하지만, 인구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뉴욕 역시 시장 선거 이후에도 맨해튼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매디슨 애비뉴와 소호 같은 고급 상권의 소매업은 여전히 번성하고 있다. 전체 인구는 줄었지만 초부유층의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성장 모델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비판해 온 진보 진영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오늘날 핵심 도시는 이제 사회적 상승 이동의 인큐베이터라기보다는,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마이애미처럼 명품 브랜드의 쇼케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록펠러센터 같은 상징적 공간조차 관광과 여가, 예술 중심지로 재편을 모색 중이다.
LA 다운타운의 경우 거주 인구가 9만 명에 이른 만큼, 오피스 빌딩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범죄와 노숙자 문제로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가 이러한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2020년 이후 거리 환경이 악화하면서 다운타운의 신규 아파트 비중은 급감했다.
LA 다운타운에선 이민자들이 주도해 온 보석, 식품, 의류 등 수공예 산업을 다시 육성할 수 있다. 2019년 한 여행 블로거는 다운타운의 매력이 사무실이나 컨벤션센터, 경기장이 아니라 그랜드 센트럴 마켓, 아트 디스트릭트, 독창적인 레스토랑에 있다고 지적했다. 체인점을 늘려 교외를 도심에 복제하는 전략은 해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행 친화적이고 밀집된 도심을 원하는 사람들조차 음울한 디스토피아적 도심에 몰려들지는 않는다. 치안과 노숙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진보 진영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지만, LA와 다른 도시들이 다운타운의 생존을 원한다면 이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글=조엘 코트킨
원문은 LA타임스 2월 3일자 'Downtowns are dying, but we know how to save them' 기사입니다.
1. 지난 2024년 데이터 센터 용도로 시장에 나온 LA 다운타운의 빈 사무실 내부. 2. LA다운타운 스키드로 지역에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주상 복합단지 '포스&센트럴' 가상도. 3. 노숙자로 인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LA다운타운 자바시장의 한 건물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제라노 몰리나/LA타임스, 포스&센트럴 프로젝트,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