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코스닥·코스피에서 부실기업을 퇴출하기 위해 상장폐지 기준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을 종목이 ‘많이 생겨나고 많이 사라지는(多産多死)’ 구조로 전환해 시장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12일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는 이달부터 내년 6월까지 ‘상장폐지 집중 관리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코스닥본부 내 상장폐지 심사 담당팀을 3개에서 4개로 늘려 총 20명 규모의 집중 관리단을 구성했다. 올해 거래소 경영평가에서 코스닥본부의 경우 집중 관리 기간 실적에 높은 가중치(약 20%)를 부여해 평가할 예정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기업은 1353개사에 달하지만, 퇴출당한 기업은 415개사에 불과했다. 이 기간에 코스닥 시가총액은 8.6배로 급증했지만, 지수는 1.6배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의 시가총액이 6.7배 증가하는 동안 지수도 3.8배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장이다.
당국은 먼저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기로 했다. 우선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시가총액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코스닥의 경우 지난 1월 상장폐지 기준을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강화한 데 이어, 오는 7월 200억원, 내년 1월에는 300억원까지 추가 상향한다. 코스피 역시 같은 기간 각각 300억원, 500억원으로 기준을 높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초 내년과 후년 초에 높이기로 했지만 시기를 당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시적으로 주가를 띄워 폐지를 피하는 꼼수도 차단한다. 현재는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내에 특정 조건(연속 10일 및 누적 30일 상회)을 만족하면 생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시총 기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즉시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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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미만 ‘동전주’ 퇴출 요건 신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 퇴출 요건도 새롭게 도입된다. 미국 나스닥의 1달러 미만(Penny Stocks) 주식 퇴출 규정과 유사한 구조다. 오는 7월1일부터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내에 연속 45거래일 동안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폐지된다.
특히 액면병합으로 주가를 올려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인 경우도 퇴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가령 액면가 500원, 주가 300원인 기업이 상장 폐지요건을 피하기 위해 액면가 2000원으로 병합(주가 1200원)해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한다.
재무 건전성과 공시 의무에 대한 기준도 한층 강화한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에만 상장폐지 요건이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반기 기준으로 적용한다. 다만 사업연도 말의 경우 즉시 퇴출당하고, 반기에 완전자본잠식일 땐 기업의 계속성 등을 판단하는 실질심사를 거쳐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개혁안을 적용하면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은 당초 예상치 50개사에서 세 배 수준인 150개사 내외로, 동전주 액면병합 여부 등에 따라 최대 220여 개에 달할 수 있다”며 “상폐된 기업도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 주식 장외시장(K-OTC)에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해 6개월간 거래 뒤 재상장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