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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255억 풋옵션 소송 잡았지만…‘뉴진스맘’ 타이틀 잃었다

중앙일보

2026.02.11 22:24 2026.02.1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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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지난해 9월 1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하이브와의 주식 매매대금 청구 및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법원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권한을 인정했다. 민 전 대표가 주주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다. 이에 2024년 4월부터 이어진 하이브와의 분쟁 구도는 다시 민 전 대표 쪽으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하이브와 벌이고 있는 다른 소송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소송 기간 중 뉴진스 멤버들이 어도어로 복귀하고, “멤버 가족이 ‘템퍼링 의혹’을 덧씌웠다”는 주장을 펴며 “뉴진스를 위한 것”이라는 분쟁의 명분은 잃게 됐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민희진, 역대급 풋옵션 255억 손에 쥘까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부장 남인수)는 12일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 매매 대금(풋옵션) 청구 소송과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낸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에서 모두 민 전 대표 손을 들어줬다. 이날 재판부는 약 2시간 동안 법정에서 선고 이유를 설명하며 “민희진이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자신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면서도 “이 사실만으로 주주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영옥 기자

이번 소송에서 언급된 풋옵션 권리금은 내로라하는 K팝 기업 임원들도 손에 쥘 수 없는 거액이다. 민 전 대표의 풋옵션 권리가 유효하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하이브가 지급해야 할 돈은 255억원이다.

하이브는 지난 2023년 민 전 대표와 풋옵션 행사를 포함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풋옵션은 특정 상품을, 시장가에 상관없이 특정 시점 특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계약에 따르면 민 전 대표가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금액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을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풋옵션을 행사하기 넉 달 전인 2024년 7월 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법원이 “해지가 부당하다”고 보면서 하이브는 아티스트와 다른 자회사들의 이미지 훼손에 거액의 풋옵션 권리금까지 지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하이브는 곧장 항소를 예고했다. 하이브 측은 “당사의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판결문 검토 후 항소 등 향후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표절 의혹 폭로 “정당”…다른 소송에도 영향 줄까


업계에선 이번 소송의 결과보다, 재판부가 하이브의 계약 해지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근거’에 주목하고 있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또 다른 소송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김주원 기자

민 전 대표와 하이브는 풋옵션 관련 소송 외에도 3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이브의 또 다른 자회사 빌리프랩과 쏘스뮤직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명예훼손 및 이로 인한 손해배상을 각각 20억원, 5억원 청구한 상태다. 민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4월 기자회견 등을 통해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컨셉을 표절했으며, 쏘스뮤직 소속 걸그룹 ‘르세라핌’ 때문에 뉴진스가 방치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와 별개로 하이브는 지난해 12월 뉴진스 멤버 다니엘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하며 원인을 제공한 민 전 대표를 상대로 100억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하이브 측이 신뢰 관계 파탄과 계약 해지의 근거로 지목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재판부는 다르게 봤다. 표절 의혹 제기는 “정당한 문제 제기로 보인다”고 했다. 음반 밀어내기 폭로에 대해선 “실제 하이브 측의 밀어내기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했다. 이러한 시각이 추후의 소송에도 적용되면 민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멤버들과 선 긋기…‘뉴진스 맘’ 타이틀은 잃었다


지난달 12일 법원의 조정 기일에 출석하는 뉴진스 전 멤버 다니엘. [사진 뉴스1]

이번 재판 기간 동안 민 전 대표는 여러 가지를 얻었다. 민 전 대표는 올해 초 자신이 만든 ‘오케이레코즈’를 통해 새로운 보이그룹 데뷔를 예고한 상태다. 뉴진스의 기획·브랜딩 성공 경험이 여전히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 ‘크리에이티브’의 자율성을 강조한 민 전 대표의 메시지가 일부 업계 종사자와 팬층의 지지를 얻으며 개인의 브랜드 파워는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그가 이끄는 오케이레코즈 이날 “신중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다. 민 전 대표도 별도로 입장문을 내고“분쟁의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피로감을 느꼈을 팬 여러분과 업계 관계자분들께 마음 한편으로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하이브와도 이제는 서로의 감정이나 과거의 시시비비를 넘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산업이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만 뉴진스 팬덤의 지지는 약해졌다. 이른바 ‘뉴진스 맘’을 자처했던 민 전 대표는 풋옵션 선고가 나기 약 2주 전인 지난달 28일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뉴진스 멤버의 가족 때문에 ‘템퍼링(멤버 빼가기) 의혹’ 프레임에 갇혔다”는 취지의 주장했다. 하이브와 계약이 파기된 멤버 다니엘과 같은 법무법인을 선임했다가 이를 번복한 일도 있었다.

이번 판결이 엔터사업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거란 업계의 시각도 있다. 한 엔터사 관계자는 “재판부는 주주 간 계약의 전제가 되는 신뢰 관계의 파괴를 매우 좁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렇게 되면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채 투자를 단행하고, 신뢰 관계 속에서 성공의 과실을 나누는 엔터 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했다.



최민지(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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