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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과 백악관에서 연설한 스노보더…비아 김을 아십니까

중앙일보

2026.02.1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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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미국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여자 국가대표로 뛰는 비아 김(오른쪽). 왼쪽은 아버지 김경환씨. 비아 김은 기후변화와 같은 사회문제에도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선수다. 고봉준 기자
태생은 미국이지만,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서 하프파이프 스노보더의 꿈을 키웠다. 지향점은 세계 최고의 무대를 빛내는 올림피언. 뚜렷한 목표를 두고 달리니 국가대표가 됐고, 그토록 그리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그런데 이 선수, 여느 동료들과는 조금 다른 구석이 있다. 선수라면 으레 조심스러워 하는 사회 문제, 특히 환경 이슈를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낸다. 스노보더로서 느끼는 극심한 기후변화와 눈 부족 사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단다. 그렇게 선수 겸 기후운동가로 변신해 국제연합(UN)과 백악관에서 직접 연설까지 하는 화제의 인물이 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만난 비아 김(19·미국) 이야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스 베르데스 태생인 비아 김은 어릴 적에는 스노보드를 취미로 즐기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2018년, 생애 처음으로 방문했던 한국에서 운명 같은 순간을 맞이한다. 바로 평창 동계올림픽 챔피언 클로이 김(26·미국)을 보면서다.

비아 김은 “그때 가족여행으로 한국을 찾았다. 올림픽 기간이고, 스노보드를 좋아해 평창까지 갔는데 마침 클로이 김 언니의 경기를 보게 됐다”면서 “언니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표하는 훌륭한 인물이자 멋진 사람이다. 그날 언니의 경기를 보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올림피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2024년 UN에서 기후 문제와 관련해 연설자로 나선 비아 김. 사진 비아 김 소셜미디어
그렇게 본격적인 진로를 정한 비아 김. 실력도 쑥쑥 자라 2022년 3월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주니어세계선수권 준우승과 2024년 1월 월드컵 준우승으로 이름을 알렸다.

여기까지는 일반 스노보더와는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돌리면 비아 김만의 색다름이 보인다. 바로 기후운동가로서의 진취적 태도다. 비아 김은 미국에선 제법 유명한 사회활동가다. 스노보드 선수로 지내면서 느낀 심각한 기후변화와 눈 부족 현상을 보며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조금씩 사회 문제를 공부하게 됐고, 몇 년 전부터는 ‘우리의 겨울 지키기(Protect Our Winter·POW)’라는 단체의 회원으로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UN과 백악관에서 연설자로 나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비아 김. AP=연합뉴스
올가을부터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전공할 계획이라는 비아 김은 “훈련과 경기를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 보면 극심한 기후변화를 목격하게 된다. 이곳 리비뇨는 아름답지만, 다른 많은 지역은 적설량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다. 내가 어릴 적 눈에서 즐기던 추억을 미래의 아이들도 함께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했다.

비아 김은 좋아하는 음식으로 한식을 꼽았다. 작은 밥솥은 여행 필수품이란다. 밥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는 영락없는 한국인의 핏줄이다. 이날 인터뷰 말미에는 가족 이야기도 나았다. 비아 김은 “아버지는 한국인이시고, 어머니는 한국계 일본인이다. 오늘 아버지가 오셨는데 같이 소개해드릴 수 있다”며 관중석을 향해 크게 아버지의 이름을 불렀다. 이렇게 만난 비아 김의 아버지 김경환(49)씨는 “나 역시 미국 태생이라 한국말이 서툴다”면서도 “그저 기쁘다. 딸이 자랑스러울 따름이다”고 활짝 웃었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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