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차세대 전력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SMR은 안전성과 경제성 갖춘 차세대 원전 기술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투자하고 있는 전력원이다.
과기정통부 “SMR 연구·개발 가속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MR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SMR 특별법) 제정안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SMR의 신속한 개발과 배치를 지원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했지만, 한국의 경우 원자력 법체계가 대형 원전 중심으로 구성돼 SMR을 집중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이 부재하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번 법안 통과로 SMR의 연구개발 및 실증을 가속화하고 한국이 글로벌 SMR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SMR이 뭐길래
SMR은 기존 대형 원전 대비 발전 용량이 3분의 1 수준인 300메가와트(㎿)의 ‘미니 원전’이다. 규모가 작은 만큼 대형 원전보다 건설 비용이 낮고 부지 선정에 대한 제약도 덜하다. 원전의 구조도 방사능 유출 위험이 적은 일체형이라 더 안전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아직 상업 운전 사례가 적어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하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은 일찌감치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만들어 SMR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들도 적극적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인근에 설치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커 빅테크 기업들이 눈여겨 보고 있다. 실제로 구글, MS, 아마존 등은 SMR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그들과 전력 구매 계약을 맺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SMR 설치 용량이 80기가와트(GW)로 전체 원전의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성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SMR은 앞으로 전력 계통에 있어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전 세계 수출 시장에서 한국이 나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라며 “특별법 통과로 정부 지원이 법적 체계에 따라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5년마다 SMR 개발 기본계획 수립
앞으로 과기정통부는 특별법에 따라 5년마다 ‘SMR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여기엔 SMR 개발의 정책 목표와 연구개발 추진 전략, 재원 조달 및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이 포함된다. 첫 기본계획은 법 시행 이후 1년 이내 수립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게 되는 ‘SMR 개발 촉진위원회’도 신설된다. 위원회는 범부처 차원의 SMR 정책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SMR 개발·실증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등 성과를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안위, SMR 규제 체계 구축 계획도
이날 특별법 통과와 별개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SMR 규제 체계 구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다양한 형태의 SMR 인허가가 가능하도록 법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원안위는 현재 발전용·연구용·교육용 원자로로 규정된 기존 인허가 체계를 선박용, 열 공급용, 수소 생산용 등 다양한 목적과 설계를 포괄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또 SMR마다 설계가 다르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특성을 고려해 이에 맞는 안전성 검증법을 도입할 방침이다. 최원호 원안위원장은 “로드맵을 차질없이 이행해 최상의 안전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원자력 안전 규제 체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