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산 외교 등 경제 안보 현안을 주관하는 별도 조직을 기존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산하에 신설하기로 했다. 자문 기구 내에 사실상 실권을 가진 조직을 신설하면서 외교부와 국방부 등 기존 행정 부처와의 역할 중첩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산하에 ‘전략경제협력지원단’을 신설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의결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이를 입법 예고하면서 “전략경제협력지원단을 신설해 전략적 경제협력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하려 한다”고 했다. 국민경제자문회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재경부·기획예산처 장관, 정책실장, 경제수석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지명직 위원은 대개 민간 경제 영역에서 차출되는 민·관 합동 경제자문 기구의 성격이다.
눈에 띄는 건 이번에 신설되는 지원단이 단순 대통령 자문 역을 넘어 캐나다 잠수함 수주을 비롯한 방산 수출 등 안보 현안을 주 업무로 상정하고 있단 점이다. 이와 관련, 방산 특사로 여러 차례 활동해온 강훈식 비서실장은 그간 관련 지원 업무가 부처 곳곳에 산재해 기민한 대응에 한계가 있단 점을 들어 ‘원스톱 지원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원단 산하에 3개국을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직제와 규모는 최종 확정 과정에서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부, 방위사업청 등 관계 부처로부터 실무 인력을 파견받을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여권 관계자는 “부처별로 분절돼 있던 방산 및 경제 안보 지원 업무를 일원화해 속도감 있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파견받는 공무원은 최대 수십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가 일각은 이번 조직 신설이 기존 외교·안보 지휘 체계와 중첩돼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방산 외교는 국방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뒷받침하고 있으며, 부처 간 이견은 국가안보실이 조율하는 컨트럴 타워 역할을 맡아왔다.
이처럼 완결된 구조로 동일 기능을 수행하는 기존 조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실무 지원단이 신설되면 지휘 체계가 이중화되는 ‘옥상옥’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대외 협상과 현지 조율 실무 등은 재외공관 네트워크를 통한 외교채널 등을 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교부가 주로 맡아 왔다. K-방산의 우수성을 알리는 일은 국방부와 방사청 몫이었다. 그런데 이와 성격이 중첩되는 별도의 실무 조직이 병존하는 것은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떨어트리거나 결국 해당 부처의 업무만 더 늘릴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비슷한 논란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2018년 8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신 남방정책특별위원회’를 설치했을 때도 있었다. 당시에도 정책기획위원회라는 자문 기구 간판을 내걸고 외교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지휘 체계가 파편화된다는 비판이 관가에서 제기된 적 있다.
추진단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 93조에 근거해 대통령에게 정책 방향을 제안하는 자문 기관이다. 행정 사무를 직접 집행하거나 타 부처를 지휘할 법적 권한이 없는 자문 기구 산하에 실무 집행 조직을 두는 게 정부조직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조직법 개정 등 정식 부처 직제 개편 대신 대통령령인 자문위 규정만 고쳐 실권 기구를 만든 것은 ‘입법 우회’라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소식통은 “국가 기밀 사안이 다수 포함된 방산 수출이나 안보 현안을 민간 위원들이 참여하는 자문 기구의 틀 안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걱정들이 많다”며 “엄격한 보안 가이드라인이 요구되는 안보 실무 조직이 민관 합동 자문 기구 내에 배치되는 것 역시 기형적 구조”라고 지적했다.
상대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발생할 메시지 혼선도 문제란 지적이 있다. 미국발 관세 압박이나 공급망 재편 등 민감한 경제 안보 현안에서 한국 측 대응 창구가 다변화될 경우 상대국에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오히려 대응 역량을 분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단 것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지원단의 구체적인 역할 범위와 기존 부처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직이 신설되는 과정에서 관계 부처 간 소통이 충분치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당장 업무를 맡아야 하는 부처 내에서도 정확히 지원단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