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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러시아 대사 “조선인민군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

중앙일보

2026.02.12 01:30 2026.02.12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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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지난해 2월 28일(현지시간)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에서 열린 봄 맞이 '마슬레니차' 기념행사 참석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열린 ‘러시아 외교관의 날(2월 10일)’ 기념행사에서 “러시아는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 남부를 우크라이나군과 서방 용병들로부터 해방하는 데 기여한 바를 잘 알고 있다”며 “조선인민군의 위대함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해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대사관 내 회의실에서 러시아 홍차와 다과를 곁들인 소규모 티타임 형식으로 2시간 넘게 진행됐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오른쪽) 주한 러시아 대사와 블라디슬라프 소로킨 3등 서기관. 서기관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열린 ‘러시아 외교관의 날(2월 10일)’ 기념 비공식 행사에서 통역하고 있다. 한지혜 기자

지노비예프 대사는 모두발언에서 북한군을 향한 공개 감사와 함께 “양국 관계가 새로운,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섰다”며 북·러 조약을 거론했다. 이 발언은 최근 북·러 간 군사 협력이 가시화되고,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 방어에 투입됐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특히 쿠르스크 등 접경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포병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군이 방어선 유지에 일정 역할을 했다는 러시아 측 평가를 드러낸 발언이다.

다만 서방 정보당국과 일부 외신은 북한군이 전선에서 이른바 ‘고기공격(human wave attack)’ 방식의 대규모 돌격에 투입되거나, 러시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패’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군이 충분한 장비·보호 없이 전방에 배치됐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구체적 전술 운용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전략적 기여”를 강조하는 입장을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X에서 밝혔다. 엑스 캡처

지노비예프 대사는 또 “전쟁은 러시아가 승리할 때 끝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조건으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러시아 안보에 대한 위협의 완전한 제거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 주민의 기본권 보장 ▶러시아 헌법에 따른 영토 문제 해결이다. 이는 나토(NATO) 확장 저지와 러시아가 편입을 선언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4개 지역의 지위 인정 요구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근 협상 경과를 묻는 말엔 “아부다비 회담 직후 러시아 대표단 인사를 상대로 한 테러(암살) 시도가 있었다”며 “이런 사건들이 협상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또 “러시아는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지만, 과거에도 합의가 외부 요인으로 무산된 사례가 있었다”며 서방의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미국과 논의됐던 28개 항의 평화안을 언급한 뒤 “미국 측이 입장을 철회하면서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28개항 평화안’은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의 러시아 귀속을 인정하고 군사력을 축소하며, 나토(NATO) 가입을 포기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측은 이를 “현실적이고 타협적인 조건”이라고 평가해왔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행사는 대사관 내 회의실에서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주한러시아대사관

지노비예프 대사는 특히 전후 멀어진 한·러 관계에 대한 우려도 보였다. 그는 “전쟁 전 연간 211억 달러(약 30조 3946억 원) 수준이던 교역 규모가 현재 109억 달러(약 15조 6993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한국 정부가 1400여 개 품목에 대해 수출 통제를 도입하면서 자동차·전자 분야 대기업의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국은 주권국가로, 러시아는 권고나 지시를 할 생각이 없다”며 공개적 비판은 자제했다.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수함) 건조 추진과 관련한 러시아 언론의 질문엔 “공개된 자료로 판단하건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 모델에 따른 협력일 가능성이 높다”며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에 무기급 고농축 핵물질을 이전하는 형식이라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동북아 안보 맥락에서 이는 평양에 대한 군사적 압박 논리로 해석될 수 있으며,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항로(NSR)에 대해서는 “구조적으로 러시아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통과해야 하는 항로”라며 “한국이 유럽으로 향하는 새로운 물류 통로를 모색한다면 러시아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단순한 상업 항로가 아니라 고위도·혹한 환경에서 운영되는 전략적 프로젝트”라며 “러시아는 인프라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중국·인도 등 여러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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