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지사 시절 방북 비용 대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해 유·무죄 판단 없이 소송을 종결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의 하나의 행위에 대해 다른 죄명을 적용해 ‘이중기소’했다는 이유에서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송병훈)는 12일 오후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공소기각 선고했다. 공소기각은 검사가 제기한 공소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법원이 소송을 끝내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인데, (항소심 진행 중인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과)범행 일시와 장소, 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모두 동일하다”며 “이들 사건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검사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적용 가능한 불법을 모두 검토한 뒤 한꺼번에 기소해 피고인이 여러 번 형사재판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 사건은 이미 공소 제기된 사건을 다시 공소제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공소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지사 시절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등에 대신 지급했다는 제삼자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2024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김 전 회장은 800만 달러 대북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지난 2024년 7월 징역 2년 6개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건은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지난달 13일 공판에서 처음 이중기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피고인과 검사 측에 입장 정리를 주문했다. 검찰은 당시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특가법상 뇌물 사건의 입법 목적과 범죄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개 행위로 여러 죄를 저지른 실체적 경합 사건”이라고 주장했고, 이날 공판에서도 동일한 의견을 구두로 밝힌 뒤 구형 의견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
이화영 전 부지사 뇌물 재판은 진행
김 전 회장과 함께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심리는 이어진다. 김 전 회장에 대해 공소 기각이 선고되자 이 전 부지사 측은 “대북송금 사건은 하나의 행위이므로 면소 또는 공소기각 대상”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우선 실체 판단에 대한 심리를 이어가면서 형식 판단도 검토할 것”이라며 추가 기일을 지정했다.
이 사건엔 이재명 대통령도 제삼자 뇌물 혐의 공동 피고인으로 묶여있었으나 취임 이후 재판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날 공소기각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선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피고인들의 검찰 공소권 남용 주장에 힘을 싣는 판결로 이 대통령의 최대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소 취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