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공무원·군인을 조사한 ‘헌법 존중 정부 혁신 태스크포스(TF)’가 12일 결과를 발표했다. TF는 그 결과에 따라 고위공무원을 중심으로 89명에 대해선 징계요구를, 82명에겐 주의·경고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110명을 수사기관에 수사의뢰하는 조치도 진행 중이다.
총괄TF 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TF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불법계엄 직후 각 중앙행정기관에 해당 기관 고유 기능과 관련된 지시가 일제히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 계엄 해제가 의결된 2024년 12월 4일 새벽 1시 이후에도 불법계엄 유지를 위한 시도가 있었고, 해제 후에도 계엄 정당화를 위한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장성 인사에서 대장(4성 장군)으로 진급한 주성운(육군 대장) 현 지상작전사령관도 수사의뢰 대상이 됐다. 주 사령관은 12·3 계엄 당시 육군 제1군단장으로,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 멤버였던 구삼회(준장) 전 2기갑여단장의 직속상관이었다. 주 사령관은 그간 구 준장의 계엄 관여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는데, 주 사령관이 당일 휴가를 내고 판교 소재 정보사 예하 특수부대에서 대기하던 구 준장과 통화한 사실이 최근 제보를 통해 확인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직접 삼정검 수치를 수여했던 주 사령관은 12일 오전 육군 AH-1S 코브라 헬기 추락 사고 순직 조종사들의 영결식에 참석한 직후 곧바로 직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수사를 통해 관련 의혹이 보다 분명해지면 보직 해임과 징계 절차 등을 밟겠다는 입장이다.
주 사령관을 비롯해, 수사의뢰 대상 110명 중 108명이 군 인사였다. 군이 중심이 돼 비상계엄 사태가 진행된 탓이다. TF는 군 인사 48명을 징계요구 대상으로 결정했다. 현재까지 35명에 대해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 조치가 이뤄졌고, 이 중 29명은 항고했다. TF 관계자는 “형사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 수사의뢰한 경우도 있지만, 군의 경우는 조사 협조가 안 돼 수사의뢰한 경우 많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대해선 22명 징계요구(16명 중징계, 6명 경징계), 6명 주의·경고 조치를 진행 중이다. 징계요구 대상 22명 중 3명(경정)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총경 이상 고위 간부다. 국회 봉쇄, 선거관리위원회 등 통제, 국군방첩사령부 체포조 수사 지원에 연관됐다. TF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군 1600여명, 경찰 2000여명이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을 통제하고 주요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협조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윤 실장은 “군과 경찰을 제외한 나머지 47개 중앙행정기관은 사전에 불법계엄을 인지하지 못했고, 경찰도 기획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헌법 존중 TF’ 출범의 발단이 됐던 외교부는 주미 대사관 공문 사태와 관련해 총 2명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고 3명을 징계요구(중징계 1명, 경징계 2명)했다. 당시 국가안보실 소속 외교비서관 등이다. 윤 실장은 “국가안보실은 계엄 직후 수차례 대통령의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주요 국가에 발송하도록 외교부에 강압적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 외 부처에서도 계엄 협조 사례가 확인됐다. 해양경찰청 소속 한 공무원은 계엄사령부에 인력과 총기를 보내고, 유치장을 개방하는 등의 지원을 하자고 주장했다. 법무부에선 교정행정 담당 공무원에게 “구금시설 여유 능력을 확인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국무총리실 등의 비상계획 업무 담당자들이 자기 권한을 넘어 모든 행정기관의 청사출입을 차단하도록 조치한 기록도 TF는 확인했다.
TF 출범 당시 “공무원은 상부 지시를 이행할 수밖에 없다”는 공직사회 반발도 컸다. 이에 대해 TF는 징계요구 등의 대상이 주로 고위공무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심종섭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은 “중앙행정기관은 원칙적으로 고위공무원 이상, 군은 최소한 중령급 이상, 경찰은 총경급 이상”이라며 “판단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허위 제보·투서로 공직사회 내 이전투구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컸는데, 심 실장은 “정제된 제보만 왔었다”며 “TF 활동의 중점 과제 중 제보는 작은 비중이었다”고 했다.
공무원들이 비상계엄에 저항한 사실도 확인됐다. 일선 경찰서의 한 과장급 경찰(경정)은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 58분쯤 “불법계엄 포고령에 따르지 말고 국회를 지켜야 한다”고 경찰청장에게 촉구하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올렸다.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해외에 발송하라는 지시를 받은 외교부 직원들은 지시 이행을 미루거나, 제한적으로 하는 방식으로 거부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