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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큰거 한 장" 강선우 "자리 만들라"…영장 담긴 거래 흔적

중앙일보

2026.02.12 01:42 2026.02.1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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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헌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2차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강선우 무소속 의원(서울 강서갑)이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시·구의원들을 교체하려는 구상을 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강 의원 측에 “큰 거 한 장(1억 원) 하겠다”며 공천을 청탁했다는 것이 경찰 수사 결론이다.

12일 중앙일보가 확보한 30쪽 분량의 경찰 구속영장 신청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김 전 시의원은 서울 강서구 한 음식점에서 강 의원의 전 보좌관인 남모 씨를 만났다. 김 전 시의원은 이 자리에서 2022년 지방선거 강서구 제1선거구에 공천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하며 “저를 넣어주시면 인사를 하겠다. 큰 거 한 장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씨는 강 의원에게 “금전적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김 전 시의원의 제안에 응했다고 한다. 이후 남씨가 강 의원에게 “김경씨가 공천해주면 1억원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을 보고했고, 강 의원은 당시 “고민 좀 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강 의원이 남씨에게 “김경과의 자리를 한번 만들어 보라”고 지시한 것은 2022년 1월 초순 경이다. 강 의원의 지시를 받은 남씨는 2022년 1월 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 1층 카페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고, 김 전 시의원이 강 의원을 만나 직접 현금 1억원을 건넸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다. 이후 김 전 시의원은 강서구 제1선거구에서 단수 공천을 받아 같은 해 6월 시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강선우 무소속 의원에게 '공천헌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18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강 의원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며 증거 인멸 우려를 들었다. 경찰은 강 의원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피의자들이 모두 불구속 상태로 수사 및 공판이 진행된다면 텔레그램 등 수사기관이 즉시 추적하기 어려운 통신수단 및 공간에서 서로의 진술 내용을 조율하며 담합해 진술 증거를 오염시킬 위험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어 “특히 강 의원의 경우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언론 접촉 등을 통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자들을 ‘정치공작’ 등으로 몰아세우는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은 강 의원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며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확인됐다고도 강조했다. 강 의원이 지난달 압수된 아이폰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경찰이 강 의원의 자택을 압수색할 당시 “모든 공간이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청소, 정리·정돈된 상태였다”는 것도 증거 인멸 정황 근거로 제시됐다. 경찰은 “강 의원의 집에서 ‘애플 맥북’ 빈 상자가 확인됐지만 해당 기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고도 부연했다.

경찰 수사관들이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구 강선우 의원 자택에 주차된 강선우 의원실 차량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강 의원의 범죄가 중대한 이유로 헌법 위반, 민주주의 훼손을 들었다. “강 의원이 사적 이익을 위해 공천권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 법이 정한 국회의원의 본분 자체를 망각했다”는 것이다. 또 경찰은 “강 의원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직 선거에 관한 ‘공천 절차’의 불가매수성을 파괴했다”고도 지적했다. 그가 강서구 지역위원장으로 소속 정당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음에도 이를 매관매직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후보자가 되려는 이들의 평등한 기회를 박탈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강 의원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최소한의 반성도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강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및 배임수재 등 혐의를 적용했다.

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12일 국회에 보고됐다. 설 연휴 뒤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면 강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현직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가결 시 영장실질심사 기일이 정해지고, 부결되면 법원은 심문 없이 영장을 기각한다.



양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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