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1조원 규모의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절반 이상의 물량을 확보했다. 지난해 1차 입찰에선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지만, 예상을 뒤엎고 반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1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거래소는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육지 525메가와트(㎿), 제주 40㎿ 등 총 565㎿가 낙찰됐다고 밝혔다. 당초 공고한 물량(540㎿)보다 25㎿ 늘어난 규모다. 구체적으로 전남 남창·운남·읍동·진도·해남·화원과 제주 표선 등 총 7곳에 ESS가 구축될 예정이다.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한 배터리사는 7곳 중 3곳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SK온이다. 물량 기준 총 284㎿로, 전체 물량(565㎿)의 과반인 50.3%를 따냈다. SK온은 지난해 1차 입찰에선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경쟁사들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1차 입찰에서 가장 많은 76%를 가져갔던 삼성SDI는 이번엔 35.7%(202㎿) 물량을 확보했다. 삼성SDI 역시 지역 기준으로 제주를 포함해 3곳을 따냈다. 1·2차를 모두 합친 물량의 과반은 여전히 삼성SDI가 차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맏형’격인 LG에너지솔루션은 1차에서 24%를 확보한 데 이어 2차에선 14%를 받아내는 데 그쳤다. 7곳 중 1곳(79㎿)만 따내면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인공지능(AI)발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2024년 235기가와트시(GWh)에서 2035년 618GWh로 2.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1차 입찰(563㎿)때와 규모는 비슷했지만 기업별로 결과가 달라진 데엔 ‘비가격 요소’ 평가 비중이 커진 게 변수로 작용했다. 가격 요소와 비가격 요소 배점은 1차에선 ‘60 대 40’이었으나, 2차에선 ‘50 대 50’으로 조정됐다. 각 사가 국내 산업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고, 화재에 얼마나 안전한지가 가격 못지않게 중요해진 것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비가격 요소인) ESS 설비의 화재 안전성과 산업경쟁력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SK온은 충청남도 서산공장 라인을 전환해 3GWh 규모의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양극재·전해액·분리막 등 배터리 핵심소재를 국내 업체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점을 강조했다. LFP 배터리는 화재 안정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수주 상황에 따라 배터리 캐파(생산능력)를 6GWh까지 끌어올리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화재 발생 30분 전에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전기화학 임피더스 분광법(EIS)’ 기반 배터리 진단 시스템을 배터리에 탑재해 화재 안정성도 챙겼다.
전기차 ‘캐즘(수요정체)’이 장기화하면서 배터리 3사에 ESS 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ESS용 배터리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많은 90GWh 이상으로 잡았다. 삼성SDI도 올해 ESS 매출을 전년 대비 50%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고, SK온은 20GWh 이상을 수주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3사는 올 하반기에 예정된 3차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도 다시한번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도 규모지만, 정부가 보증하는 사업인 만큼 수주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향후 업체들의 주요 레퍼런스(사업실적)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