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유프 베네마르스의 올림픽은 결승선보다 먼저 멈춰 섰다. 한순간의 충돌이 그의 첫 올림픽 메달 도전을 무너뜨렸다.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유프 베네마르스는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경기에서 중국 대표 롄쯔원과 같은 조로 레이스를 펼쳤다.
베네마르스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입증한 선수다. 세계랭킹 8위로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 유력 후보로 꼽혔다. 올림픽 무대에서 첫 메달을 목에 걸 기회는 분명히 열려 있었다.
그러나 레이스 중반, 예상치 못한 장면이 벌어졌다. 두 선수가 레인을 바꾸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인코스에서 아웃코스로 이동하던 롄쯔원의 스케이트 날이 베네마르스를 스쳤고, 그 순간 베네마르스는 중심을 잃으며 가속이 급격히 떨어졌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네덜란드 관중석에서는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베네마르스는 끝까지 레이스를 이어갔지만 결과는 냉정했다. 기록은 1분 07초58, 순위는 5위였다. 동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닝중옌은 1분 07초34를 기록했다. 격차는 0.24초에 불과했다. 충돌이 없었다면 메달 색깔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심판진은 경기 후 롄쯔원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다. 스피드스케이팅 규정상 레인 변경 시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진입하는 선수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데, 이를 침해했다는 판단이었다.
베네마르스는 재경기를 요청해 다시 트랙에 섰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전력을 소진한 뒤였다. 두 번째 레이스에서도 기록은 개선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기회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올림픽 무대의 냉혹함이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경기 후 TNT 스포츠 해설가 칼튼 카비는 이 상황을 두고 “참사”라고 표현하며 “베네마르스에게는 악몽 같은 장면”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믹스트존에서 베네마르스는 분노와 허탈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교차 지점에서는 내가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다”며 “메달은 확실했다고 생각했다. 100%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틀 뒤면 모두가 잊어버리고 나는 그저 5위 선수로 남게 된다. 정말 괴롭다. 울고 싶지만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며 “내 올림픽의 꿈은 찢어졌다”고 토로했다.
반면 실격된 롄쯔원은 적반하장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고의로 방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어떤 선수도 그런 나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코너를 돌 때 베네마르스가 매우 가까이 있다는 것만 느꼈고 전력으로 가속하려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가 내 스케이트 날을 밟았고, 그 과정에서 나 역시 스피드를 잃었다”며 책임을 돌렸다.
판정에 대해서도 그는 “왜 실격이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베네마르스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나를 밀쳤다.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그렇게 감정을 표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다. 모든 선수는 4년을 준비해 이 무대에 섰고, 그 중요성은 나에게도 마찬가지”라며 말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 종목 금메달은 미국의 조던 스톨츠가 차지했다. 스톨츠는 1분 06초28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