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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음악의 세계] 임윤찬의 ‘모차르트 사이클’

중앙일보

2026.02.1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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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음악에디터
30개의 변주 중 어느 하나도 평범한 것이 없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해석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음악가들이 마치 경전처럼 취급하는 이 작품에 그는 “한없이 진지할 필요는 없다”며 직접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을 불어넣었다.

음반 발매가 이달 6일이었다. 지난해 4월 뉴욕 카네기홀의 공연에서 녹음한 음원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1955년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파격적으로 연주한 음반을 떠올리게 한다. “진솔하고 탐구하는 목소리가 훌륭하며,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그라모폰)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차르트 소나타 18곡 전곡 연주
카네기홀 “62년 만의 첫 사이클”
피아노 신성 어디까지 성장할까

지난해 카네기홀에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 임윤찬. [사진 유니버설뮤직]
문제는 바로 같은 날, 그만큼 놀라운 소식이 하나 더 나왔다는 점이다. 카네기홀이 2026년과 2027년의 공연 계획을 발표했다. 임윤찬은 올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 총 4번 독주회를 연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8곡 전곡과 3곡의 환상곡까지, 모두 21곡을 연주하는 사이클이다.

모두가 바흐에 주목하는 사이 모차르트 전곡 연주라는 만만치 않은 폭탄을 터뜨렸다. 바흐의 30개 변주를 채 듣지 못한 청중은 어리둥절하겠지만, 이 새로운 소식이야말로 피아니스트 경력에서 커다란 전환이다.

카네기홀은 소수의 피아니스트에게 이런 무대를 허락한다.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연주는 1964년 하노크 그린펠트라는 이스라엘 피아니스트가 기록했다. 세 번에 걸친 독주회였다. 카네기홀 측은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기록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공연”이라고 11일 확인했다.

그만큼 62년만인 임윤찬의 이번 프로젝트는 파격적이다. 우치다 미츠코가 2019년부터 5번의 연주에서 모차르트 협주곡 10곡을 탐구하고, 2018년부터 4회에 걸쳐 슈베르트 소나타 12곡을 들려준 여정에 비교할 수 있을까. 아르투르 슈나벨, 알프레드 브렌델, 다니엘 바렌보임 등은 카네기홀에서 베토벤 피아노 전곡(32곡)을 한 시즌에 연주했고 음악사에 중요한 피아니스트로 기록됐다.

명문 공연장은 어떻게 22세 피아니스트에게 이런 기회를 허락하게 됐을까. 임윤찬의 바흐 음반 안에 힌트가 있다. 카네기홀의 대표 겸 예술감독인 클라이브 길린슨은 음반의 내지에 임윤찬에 대한 헌사를 적어넣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의 연주를 목격한 직후 우리 예술기획팀은 여태껏 내린 것 중 가장 쉬운 결정을 통과시켰다. 카네기홀의 메인 무대인 스턴 오디토리움 페렐만 스테이지에서 독주회를 연 것이다.”

길린슨 대표가 설명하듯 카네기홀의 데뷔 연주는 대개 작은 무대인 잰켈(599석)이나 웨일(268석) 홀에서 열린다. 하지만 임윤찬은 2024월 스턴/페렐먼(2790석) 무대로 직행해 독주회를 열었다. 쇼팽의 연습곡 전곡(27곡)으로 시작해 이듬해에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피아노 문헌의 본론으로 들어갔다. 기존의 해석을 참조하거나 머뭇거리는 대신 분명한 자신의 목소리가 있는 두 번의 무대였다. 길린슨 대표는 “카네기홀이 그의 여정에 앞으로도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그 결과가 모차르트 전곡 시리즈다.

임윤찬은 15세에 우승했던 윤이상 국제 콩쿠르의 첫 본선 무대에서 첫 곡으로 모차르트 소나타(9번 K.311)를 연주했다.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하듯 신선하게 연주한 이 모차르트야말로 독특한 피아니스트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었다. 카네기홀에서 연주할 21곡의 모차르트 또한 새로운 충격을 던질 것이다.

그는 10월 21일 소나타 1번으로 시작해 초기와 중기의 작품을 섞어 12월 14일, 내년 3월 24일에 연주한다. 내년 5월 11일에는 마지막 네 개의 소나타를 연이어 연주하고 사이클을 끝낸다. 작곡 시기와 조성을 고려한 21곡의 배열 방식에도 모차르트에 대한 피아니스트의 메시지가 있다.

임윤찬은 이전 인터뷰에서 모차르트의 소나타 18곡, 베토벤의 32곡을 언젠가 연주해야 하는 작품들로 꼽았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그 시점이 왔다. 그것도 카네기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기회가 열렸다. 그다음은 무엇일까. 이 음악가의 경력이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다.





김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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