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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두쫀쿠, 오픈런 길감자…MZ 줄서는 강릉

중앙일보

2026.02.1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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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를 이어오는 강릉 ‘갈골한과’의 최봉석(오른쪽) 명인 내외. 갈골한과에서는 명절 기간 2만 개 이상의 한과 선물 세트가 나간다. 한과는 손이 많이 간다. 바스러지기 쉬워 조청 바르기, 튀밥 묻히기 같은 작업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한다.
요즘 강릉은 먹으러 가는 도시다. 대를 잇는 명가부터 소셜미디어를 달구는 신흥 맛집까지, 먹방 여행지 강릉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설 명절 대목을 앞둔 사천 한과마을엔 조청 단내가 온 동네를 감싸고, 중앙시장 뒷골목과 강문해변 앞마을은 맛집 인증사진 건지려는 MZ세대로 온종일 긴 줄이 선다. 강원도에서 내비게이션에 가장 많이 찍히는 맛집도 강릉에 있다. 허리띠 풀고 강릉 맛집을 돌았다.

한과점포 50여개, 150년 대 이은 집도
씹을수록 고소한 단맛,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 요즘 유행하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얘기가 아니다. 우리 한과 이야기다. 강릉시 사천면 노동리(갈골)에 전국에서 이름난 한과마을이 있다. 시골길 따라 한과 간판을 내건 집이 50여 개 줄지어 있다.

150년 넘게 대를 이어오는 ‘갈골한과’도 그중 하나다. 5대 최봉석(82)씨는 16세부터 60년 넘게 한과를 빚었다. 한과 분야 최초의 식품명인(농림부 2000년)이자 강원도 무형문화재(2013년)다.

한과는 명절이 대목이다. 갈골한과도 명절 기간에 2만개가 넘는 선물 세트가 나간다. 6대 최형준(49) 대표는 “연 매출 90%를 설·추석에 올린다”고 귀띔했다. 가장 많이 팔리는 건 1.2㎏짜리 선물세트(6만2000원)다.

한과를 빚는 일은 만만치 않다. 찹쌀을 발효하고 찌는 밑작업에만 한 달이 든다. 바스러지기 쉬워 조청 바르기, 튀밥 묻히기 같은 작업도 죄 손으로 해야 한다. 최봉석 명인은 “번거롭더라도 손을 거쳐야 제맛이 난다”고 말했다.

명인의 한과는 ‘속 빈 강정’이 아니었다. 반으로 쪼개자 촘촘한 결 사이로 조청이 피자 치즈처럼 늘어났다. 두쫀쿠 뺨치게 달고 바삭하고 쫀득했다.

BTS 뷔가 들렸다는 호떡집까지
명물로 뜬 ‘강릉길감자’의 컵 길감자와 소시지 길감자.
성남동 중앙시장도 강릉 미식 여행의 필수 코스다. 닭강정·오징어순대 등 먹거리가 즐비하다. BTS 뷔가 들렀다는 호떡집(잘게 썬 호떡에 아이스크림을 얹는다)도 있고, 한때 ‘윤석열 단골집’으로 화제를 뿌렸던 감자옹심이 전문 ‘감자바우’도 인근에 있다.

요즘 중앙시장 일대에서 가장 핫한 건 이른바 ‘강릉길감자’다. 경단 형태의 감자튀김 ‘길감자(3100원)’를 파는 구멍가게인데,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며 전국구 맛집으로 떴다. 평일에도 줄이 디귿자를 그리며 뒷골목까지 이어진다. “2시간 기다렸다” “오픈런 했다” 등등 후기가 줄을 잇는다. 손님 대부분은 젊은 층이다. 대학생 이세빈(20)씨는 “친구와 길감자 맛보러 인천에서 왔다”고 말했다.

중앙시장 인근의 강릉길감자. 평일에도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한다.
길감자는 옹심이처럼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밀가루 없이 감자만 사용한다. 차민준(29) 대표는 “손으로 저어가며 7시간 넘게 감자를 끓여야 끈적한 반죽이 나온다”고 말했다. 6평 남짓한 공간에서 하루 500㎏의 감자를 소비한단다. 5가지 소스 중, 매콤한 불닭소스의 중독성이 컸다. 4월 1일 중앙시장 월화거리 앞으로 확장 이전할 예정이다.

짬뽕순두부에 반한 청춘들 몰려들어
‘동화가든’의 짬뽕순두부.
전국적으로 가장 이름난 강릉 식당은 경포호 옆 초당동의 ‘동화가든’이다. 순두부집 20여 곳이 몰려 있는 초당마을에서 이 집 앞의 줄이 가장 길다. 강원도에서 가장 많이 티맵 내비게이션에 찍히는 음식점도 이 집이다. 지난해에는 20대가 가장 많이 검색한 전국 맛집 3위(1위 대전 성심당)에 올랐다.

동화가든은 초당마을의 명물이 된 ‘짬뽕순두부(짬순)’ 원조집이다. 2012년 처음 짬순을 선보였다. 불향 가득한 짬뽕에 국수 대신 순두부를 넣는다. 그날 들여온 생(生)해물로 육수를 내고,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한 전통식 초당 순두부를 쓰는 게 맛의 핵심이다. 부드럽고 담백한 순두부와 얼큰한 짬뽕의 궁합이 절묘하다.

2대 박양희(55) 대표는 “짬순이 초당마을에 20대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하루 평균 1000그릇 넘게 짬순(1만5000원)이 팔린단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출시한 밀키트(2인분 25000원)의 반응도 뜨겁다.

동화가든에 딸린 카페 ‘한모정’이 최근 출시한 ‘두부 인절미(5000원)’도 화제다. 두부와 찹쌀을 섞어 만들었는데, 내놓자마자 품절 사태가 났다.

겉보기엔 갓 뜯은 채소, 사실은 빵이었네
‘정남미명과’의 구황작물빵. 갓 뜯은 채소 같지만, 정교하게 빚어 구운 빵이다.
전국 ‘빵순이’의 ‘빵지순례’ 목적지로 뜬 ‘정남미명과’도 강릉에 있다. 감자·고구마·옥수수 등 우리 농산물 10종을 콘셉트로 한 ‘구황작물빵(1개 3800원)’이 대표 메뉴다. 겉보기엔 갓 뜯은 채소처럼 생겼는데, 실은 정교하게 손으로 빚은 빵이다. 앙증맞게 생긴 데다 건강한 빵이라는 인식 덕분에 MZ세대의 반응이 뜨겁단다.

이를테면 대파빵은 콩가루로 뿌리에 묻은 흙까지 표현했다. 크림치즈와 함께 대파를 썰어 넣어 한입 베어 물면 파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밤빵에는 앙금과 함께 공주 밤이 통째로 들어간다.

빵 10종 모두 쌀이 주재료다. 그래서 식감이 떡처럼 부드럽고 졸깃하다. 정남미(60) 대표는 원래 떡을 쪘다. 1986년부터 떡방앗간을 운영하다가 2021년 딸과 함께 빵집을 냈다. 정 대표는 “빵은 아직 초보여서 더 정성껏 만들고 젊은 감각도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천하제빵(MBN)’에 ‘방앗간 빵잽이’로 출연한 뒤로 매출이 크게 뛰었다. 요즘은 하루 1만5000개씩 빵을 굽는다. 매장이 강릉항과 강문해변 두 곳에 있는데, 올 상반기 도쿄에 해외 첫 매장을 연단다.

박경민 기자




백종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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