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릴 예정이던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청와대 오찬 회동이 장 대표의 불참 선언으로 무산됐다. 민주당이 그제 밤 법사위에서 재판소원법 등을 강행 처리한 게 원인을 제공했지만, 제1 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직접 만나 법안의 위헌성을 따지며 야당과 국민의 목소리를 전할 기회를 날린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는 이번에도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어제 불참 사유로 재판소원법 강행 처리를 언급하며 “한 손으로 등 뒤에 칼을 숨기고 한 손으론 악수를 청하는 것에 대해 응할 수 없다”며 “밥상에 모래알로 지은 밥을 내놓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했다. 목숨을 건 단식까지 해가며 어렵게 마련된 만남에서 이 대통령이 쌍수를 들고 환영이라도 해주길 바랐던 것인가. 원래 영수회담은 만면에 웃음을 띤 악수를 나누면서도 정치적 칼을 겨누는 자리다. 진영의 메시지를 던지고 상대 논리를 격파하며 협치의 계기를 만들어 가는 고도의 정치 행위가 이뤄진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을 우두머리(영수) 회담이라 부른 것도 지지층을 대변한다는 준엄한 의미가 담긴 것이다.
특히 어제 회담은 국민의힘엔 여권에 견제구를 날릴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발언과 여당의 불안한 독주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 대표에게도 강성 지지층을 달래며 외연을 확장한다는 식의 어정쩡한 행보를 보완할 기회였다. 그러나 결국 강성 최고위원들의 건의를 받아 회동 불참으로 선회하면서 ‘말은 중도, 몸은 극우’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작태”라고 비판한 것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 하루 전에 방탄용이라는 의심까지 받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야말로 소통과 협치를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입법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국회 협조를 당부했던 이 대통령의 국익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받게 됐다. 초당적 협력을 기대한 국민만 바보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