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어제(12일) 여당이 추진 중인 ‘사법 개혁 3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한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법 왜곡죄 법안(판사·검사 처벌이 가능한 형법 개정안)에 이어 그제 재판소원 법안과 대법관 증원 법안을 법사위에서 의결하고 이달 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을 거듭 천명하자 바로 다음 날 입장을 낸 것이다.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3법에 대한 사법부의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재판소원법은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 헌법 101조는 사법부는 법원에 있고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명기하고 있기 때문에 최고 법원의 판결로 재판 결과가 최종 확정되고, 사법부에 속하지 않는 다른 기관(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소원을 허용하면 사실상 초헌법적인 4심제가 된다는 의미다. 이번 법안이 모델로 삼았다고 하는 독일의 재판소원은 헌법에 해당하는 연방기본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있어 위헌 논란에서 자유롭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 위헌 논란을 비껴갈 수 없다.
위헌 논란 외에도 조 대법원장이 재판소원을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고 표현한 대목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국민의 입장에선 사법 절차가 한 단계 더 늘어나는 만큼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재판을 통한 분쟁의 최종적 해결이 지연되는 등의 부작용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문형배 전 헌재소장 대행, 김선수 전 대법관 등 진보 성향 전직 고위 법관까지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 개혁 3법에 대해 “헌법과 국가 질서의 큰 축을 이루는 문제”라면서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숙의 끝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현 단계에선 충분한 사회적 숙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여당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기 전에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숙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사법 개혁은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이나 당리당략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 헌법 질서와 3권 분립 원칙의 근간에 관한 문제란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