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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망각을 의미해서는 안 돼! 메달보다 값진 용기" 우크라이나 대통령, '추모 헬멧' 거부 퇴출 자국 선수 지지[2026 동계올림픽]

OSEN

2026.02.1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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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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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필주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8)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이유로 퇴출된 자국 스켈레톤 국가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를 지지하고 나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를 앞두고 헤라스케비치의 자격을 박탈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헤라스케비치가 착용한 헬멧이 문제였다. 헤라스케비치는 러시아 침공으로 희생된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초상이 담긴 '추모 헬멧'을 쓰고 경기에 나서려 했으나, IOC가 이를 '정치적 메시지 금지' 규정 위반으로 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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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헤라스케비치는 이날 첫 주행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선수 자격을 박탈당하며 올림픽 무대에서 쫓겨났다. IOC는 성명을 통해 "헤라스케비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으나 그는 IOC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IOC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배심원단은 그가 착용하려던 헬멧이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그의 AD카드를 회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스포츠가 망각을 의미해서는 안 되며, 올림픽 정신은 침략자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는 데 기여해야 한다"면서 "불행히도 그를 실격시킨 IOC의 결정은 그 반대를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희생된 선수들의 초상이 새겨진 그의 헬멧은 명예와 기억에 관한 것이다. 전 세계에 러시아의 침략이 무엇인지, 독립을 위한 투쟁의 대가가 무엇인지 상기시켜 주는 것"이라며 "어떤 규칙도 어기지 않았다. 용기는 그 어떤 메달보다 값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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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회에 '중립국' 자격으로 참가한 13명의 러시아 선수들에 대해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크림반도 점령, 2022년 전면 침공에 이어 현재도 올림픽 기간 휴전 호출을 무시하고 에너지 인프라에 드론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지금까지 660명의 우크라이나 선수와 코치가 러시아에 의해 살해당했다"면서 "실격되어야 할 쪽은 겉으로만 '중립'을 표방하며 침략을 지지하는 러시아인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헤라스케비치는 자격 박탈 확정 후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것이 우리 존엄성의 대가"라며 짧은 심경을 남겼다.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헤라스케비치는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경주에서 실격됐다. 나의 올림픽 순간을 갖지 못하게 됐다. 그들은 살해당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커서 IOC가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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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는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에게 이 결정이 러시아 논리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나는 진심 그들의 희생 덕분에 이 올림픽이 열릴 수 있다고 믿는다. IOC가 이들에 대한 기억을 배신하고 싶어 해도 나는 그들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헤라스케비치는 또한 "연습 주행 결과가 좋았기에 오늘과 내일 메달권에 들 수 있었다고 믿었지만 경기를 할 수 없게 됐다"면서 "IOC는 내가 규칙 50조를 위반했다고 하지만, 표현에 관한 규칙 문구와 결정에 큰 모순있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덧붙였다.

코번트리 위원장은 직접 헤라스케비치를 만나 설득에 나섰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OC 측은 "슬픔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이 표현되거나 인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모를 위해 선수촌 내 다종교 센터와 추모 장소를 마련해 두었으며, 특정 상황에서는 검은 완장을 착용할 수 있는 옵션도 제안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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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스포츠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인권과 평화를 강조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행위조차 '정치적'이라는 잣대로 가로막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논란이다. 

헤라스케비치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 문제를 제소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경기가 시작된 상황이라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email protected]


강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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