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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미투자 1호' 텍사스∙루이지애나 석유화학 플랜트 검토

중앙일보

2026.02.12 12:00 2026.02.1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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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텍사스∙루이지애나 지역의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 사모펀드 등이 보유한 기존 설비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제안에 정부도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를 통해 사업성을 검토하고, 미국 측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 2019년 5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기념 점등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한국과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미국 중부 텍사스∙루이지애나주 등지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안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셰일가스를 활용해 각종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 측으로부터 정식으로 제안이 들어온 건 걸프만 일대의 석유화학 관련 프로젝트가 유일하다”며 “신규 인프라 건설보다는 기존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지분을 한국이 인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와 공급망 강화 등을 위해 반도체와 희토류 등 핵심 전략 산업과 자원 분야에서 민간 기업의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약 10개 기업에 대한 지분을 확보했다. 반도체 기업 인텔, 희토류 관련 기업인 MP머티리얼즈∙USA레어어스 등이 대표적이다. 석유화학 산업에 참여하라는 이번 제안은 에너지 인프라를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걸프만 연안은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활용해 ‘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와 관련 밸류 체인이 밀집한 지역이다. 맥쿼리와 같은 글로벌 인프라 펀드가 전력∙파이프라인∙수출터미널 등 생산 자산을 인수해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 입장에서도 낯선 곳은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 총 31억 달러를 투입해 2019년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에탄분해시설(ECC)와 에틸렌글리콜(EG) 설비를 갖췄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100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도 각종 인프라 펀드를 ECC 파이프라인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일단은 수익성이 투자 판단에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ECC는 셰일가스 기반 에탄을 원료로 쓴다는 점에서 원유 기반인 나프타(NCC)와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나프타를 쪼개는 것보다 에탄을 쪼개는 공정이 더 간단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저렴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0년 전후부터 최근까지 ECC가 원가 경쟁력에서 NCC를 압도하며 에틸렌 생산을 주도했지만, 중국이 에틸렌 자급률을 높이려 공장을 대거 증설한 여파로 공급 과잉이란 구조적 악재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 업황이 꾸준히 악화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프로젝트 같은 인프라 투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장기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긴 투자 기간에 따른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 예컨대 가동 시점의 유가나 수요 사이클, 규제 변화 등 변수도 많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 자본을 유치해 이런 위험을 분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사업성 검토를 마친 뒤 투자 여부에 대한 의견을 미국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대미투자특별법 통과 전이라도 실무 검토가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다만 상업적 합리성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될 경우 거절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관세를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압박하는 가운데 한국에 구체적인 제안을 한 만큼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원전 등 다른 카드도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 미국은 대형 원전 시공 능력이 부족한 만큼 경험이 많은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한다. 다만 한국 측의 신규 노형인 APR1400을 미국 내 건설하기 위해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북미 진출을 금지한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전 합의를 바꿔야 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9일 “(1호 프로젝트가) 에너지∙원전 등으로 단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며 “대외 보안 이슈가 있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법안 통과 일정에 맞춰 합의되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처음 열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큰 소득 없이 종료됐다. 특위는 이날 오전 9시 첫 전체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을 위원장으로, 더불어민주당 정태호·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을 각각 여야 간사로 선임했다. 이후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이 이른바 ‘사법개혁법’을 일방 처리한 것을 야당이 문제 삼으며 설전이 벌어졌고 정회 후 회의는 다시 열리지 않았다. 특위는 오는 24일 특별법 입법공청회를 열어 유관 부처와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장원석.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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