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우리 집 근처엔 안 돼"…1조원 수광선 사업 멈춰세운 '민원 폭탄'

중앙일보

2026.02.12 13: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민자사업으로 추진 중인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 조감도. 사진 KT에스테이트
서울 수서에서 경남 거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종단철도망의 시작점이 될 '수서~광주 복선전철'사업이 노선을 변경하라는 민원에 막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 여파로 수서역 주변을 랜드마크로 탈바꿈하는 복합개발 사업도 중단 위기에 몰렸다.

13일 국토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서~광주 복선전철(수광선)’은 서울 수서역에서 경기도 광주역을 잇는 길이 19.4㎞의 철도다. 수서~성남 모란~광주 삼동 사이 14.4㎞ 구간은 지하로 신설하고, 삼동~광주 간 5㎞ 구간은 기존 노선을 함께 사용하게 된다.

총 사업비는 1조 1100억원가량이며, 앞으로 경기 광주역에서 부발·문경·김천을 거쳐 거제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이 노선이 모두 연결되면 수도권에서 출발해 중부내륙과 남부내륙철도를 종단하는 '제2의 경부고속철도' 역할을 담당할 거란 평가도 나온다.

수광선은 또 경강선을 통해 강릉까지 연결되고, 서원주에선 부전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 착공해 2030년 개통하려던 계획이 지역 민원에 가로막혀 여태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수광선 노선과 연계 철도망. 자료 국토교통부
수광선 사업은 수서역 상부 복합개발과 지하 정차역 건설을 내용으로 하는 1공구와 수서역~모란역을 잇는 2공구, 모란역~광주역 간 3공구로 나뉘어 있다. 이 중 수서역 상부 복합개발은 민자사업으로 별도 추진되며, 나머지는 모두 재정사업이다.

안전 우려 등으로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지역 민원은 2공구와 3공구 모두 제기돼 있다. 2공구에선 서울 강남구 자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수광선이 단지에 아주 근접해서 통과하는 만큼 진동과 소음, 지반 침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노선을 바꾸라고 요구 중이다.

또 3공구에선 경기도 성남시 여수동 일대 아파트 주민들이 "주민 동의 없이 기본계획 노선을 일방적으로 바꾼 데다 단지 자체의 지반이 약해 안전에 큰 우려가 있다”며 노선 우회를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와 사업을 주관하는 국가철도공단이 해당 주민들을 상대로 최신 공법을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오수영 국토부 철도건설과장은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고려해 다각도로 대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서~거제 종단철도 연결 노선도. 자료 국토교통부 .
이처럼 2공구와 3공구 사업이 지연되면서 1공구의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도 어려움에 부닥쳐있다. 환승센터 지하에서 수광선이 출발하는 만큼 세부 노선이 확정되지 않으면 복합개발 공사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합개발 사업은 10만여㎡ 부지에 환승센터와 백화점, 업무시설, 호텔, 의료시설 등을 짓는 민자사업으로 사업비만 2조 5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한화, 신세계, KT에스테이트, 국가철도공단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있다.

문제는 사업이 늦어지면서 컨소시엄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의 자본금 500억원이 올 10월이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현 상태에선 추가로 대규모 자금 투입도 어렵다는 것이다.
수광선과 이어질 중부내륙선철도 이천~충주 구간은 2021년말 개통해 KTX-이음이 운행 중이다. 연합뉴스

사업 관계자는 “강남구청이 지역 민원을 이유로 사업에 필수 절차인 환경영향평가 초안 접수 및 공람을 거부하는 등 차질이 상당하다”며 “국토부가 관련 절차를 대행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없다면 사업 철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만약 민자사업자들이 철수하게 되면 재공모가 이뤄질 수 있지만, 민원 해결에 진척이 없다면 후속 사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수서역 상부개발은 상당 기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우정훈 국토부 철도정책과장은 “SPC의 자본잠식 우려를 알고 있으며, 그 한계점을 연말로 보고 있다”며 “그때까지 지역 주민과 최대한 협의를 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갑생([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