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토트넘은 빅클럽이 아니다”. 무관의 사슬을 끊었던 사령탑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엔지 포스테코글루는 떠난 뒤 더 직설적으로 토트넘을 비판했다.
포스테코글루는 12일(한국시간) 영국 ‘스카이스포츠’ 팟캐스트 ‘디 오버랩’에서 토트넘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2023년 여름 부임해 2023-2024시즌 리그 5위로 유로파리그 티켓을 따냈고, 다음 시즌 리그 17위의 부진 속에서도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2008년 리그컵 이후 17년 만의 트로피를 안겼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로피의 주인공이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계약을 채우지 못했다. 2027년까지였던 계약은 ‘리그 17위’라는 숫자 앞에 멈췄다. 침묵을 지키던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 구단을 거쳐 간 감독들을 보면 공통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포스테코글루는 토트넘의 DNA가 ‘특정한 방식의 플레이’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실제 의사결정은 그 반대라고 꼬집었다. 포체티노 시절의 연속성은 끊겼고, 해리 케인의 영향력은 과소평가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 두 시즌 케인이 있었다면 첫 시즌에 4위 안에 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전임자들의 사례도 꺼냈다. 무리뉴는 결승을 앞두고 경질됐고, 콘테는 우승을 바라며 왔다가 축구 철학을 이유로 떠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나는 승리도 추구하지만 축구도 보여준다고 선임됐다. 그럼에도 문제는 구단이 무엇을 구축하려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결정타는 ‘임금 구조’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은 엄청난 경기장과 훈련 시설을 갖췄지만, 임금 체계를 보면 빅클럽이라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의 최고 주급이 20만 파운드 수준이던 시절, 맨유의 마커스 래시포드는 32만 5천 파운드였다.
시장은 냉정하다. 연봉은 곧 경쟁력이다. 포스테코글루는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시장이 분명히 존재했다”고 했다. 이적시장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5위를 했을 때, 진짜 도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했다.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와 자금 한계는 보수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도미닉 솔랑케를 강하게 원했고, 10대 유망주 3명을 데려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재능은 인정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당장 5위를 4위, 3위로 끌어올리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검토한 이름으로는 페드루 네투, 브라이언 음뵈모, 앙투안 세메뇨, 마크 게히가 언급됐다. 상향 경쟁을 위한 카드들이었다.
구단의 메시지와 실행의 괴리도 지적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리는 모든 대회에서 경쟁한다는 메시지를 내지만, 실제 구현 방식은 다르다”라면서 클럽 곳곳에 새겨진 ‘To Dare is to Do(용기 없이는 이룰 수 없다)’를 언급하며, “행동은 그와 정반대”라고 했다.
다니엘 레비 회장의 신구장·신시설 투자에는 공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은 안전한 길이었다. 우승을 원한다면 어느 시점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결국 포스테코글루의 비판은 한 문장으로 수렴한다. 토트넘은 야망을 말하지만, 야망의 비용을 치르지 않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