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18·세화여고)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 쾌거 뒤엔 롯데 신동빈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우승하며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최가온은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 소속이다. 신 회장은 최가온이 202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부상당했을 때엔 수술비 7000만원 전액을 지원했다. 당시 16세였던 최가온은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명의 큰 고비를 맞았으나 신 회장의 지원으로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최가온은 신 회장에게 “도와주셔서 마음 편하게 치료 받고 회복하고 있다”는 감사의 손편지를 보내며 올림픽 무대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그 다짐이 2년 뒤 올림픽 금메달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신 회장은 이날 최가온에게 보낸 축하 서신에서 “2024년에 큰 부상을 겪었던 최가온 선수가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치기만 바랐는데 포기하지 않고 다시 비상하는 모습에 큰 울림을 받았다”며 “긴 재활 기간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며 한국 설상 종목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최 선수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과거 한국은 설상 종목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롯데는 2014년부터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사를 맡아 저변 확대를 위해 지금까지 총 300억원을 지원했다. 신 회장은 2014년 11월부터 2018년까지 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시절 스키 선수를 했을 정도로 스키 애호가다.
롯데는 협회 회장사가 된 뒤 포상 제도를 확대했다. 올림픽·세계선수권·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뿐 아니라 4~6위 선수까지 포상금을 받도록 규정을 바꿨다. 또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참가, 최신 장비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기술 강화를 위해 설상 종목 강국인 미국·캐나다·핀란드 스키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정보 교류도 활발히 했다.
2022년 롯데는 스키앤스노보드팀을 창단하고 최가온을 포함한 10대 유망주들을 영입해 경기력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후원금과 국내외 개인 훈련비, 각종 장비는 물론 멘탈 트레이닝, 영어 학습, 건강 관리와 같은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했다. 또 훈련 스케줄, 국내외 대회 참가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팀 전담 매니저를 뒀다. 신 회장은 평소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뚝심있는 지원은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이상호가 한국 스노보드 첫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지난 2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이승훈이 프리스키 금메달을, 이지오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 3월 국제스키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모글 부문에 출전한 정대윤이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설상 종목이 메달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승은은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김상겸은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롯데는 이번 동계올림픽이 열린 이탈리아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하고 선수들을 현지 지원했다. 협회는 포상금 규정에 따라 최가온은 3억원, 김상겸은 2억원, 유승은은 1억원의 포상금을 각각 지급한다.
CJ그룹도 2023년부터 개인 후원사로서 최가온의 성장을 도왔다. CJ는 최가온이 2024년 부상을 당한 뒤에도 1년 내내 하프파이프 훈련장과 대회가 열리는 곳을 갈 수 있도록 해외 원정 비용을 전폭 지원했다. 해외 훈련 시엔 갈비탕·육개장 등 비비고 한식 제품도 제공했다. CJ 측은 “종목에 관계없이 유망 선수의 꿈을 응원하는 이재현 회장의 ‘꿈지기 철학’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여러 재벌 총수들이 스포츠계에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고 있다. 올림픽 누적 금메달 32개에 달하는 ‘양궁 신화’ 뒤엔 정의선 현대차 회장(대한양궁협회장)과 현대차그룹이 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대를 이어 40년간 양궁을 물심양면 후원하고 있다. 특정 기업의 단일 종목 스포츠협회 후원으로는 최장 기간이다.
한화그룹은 20년간 사격 종목 발전기금으로 200억원 넘게 내놨다. 사격 애호가로 알려진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은 2001년 한화갤러리아 사격단을 만들고, 이듬해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았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상위 후원사(The Olympic Partner·TOP)다. 이재용 회장은 이번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5일(현지시간) IOC 주관 갈라 만찬에 참여해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LG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로 수년간 스켈레톤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 한 대 가격이 1500만원에 달하는 스켈레톤 장비와 해외 전지훈련 등에 든든한 지원군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