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필주 기자] 말 그대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두 차례나 눈밭에 굴러 떨어지며 기권설까지 돌았던 '18세 고교생'이 마지막 단 한 번의 기회에서 판을 뒤집으며 세계 최정상에 섰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최가온은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던 자신의 우상 클로이 김(26, 미국, 88.00점)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스키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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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온이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과정은 너무 비현실적이라 오히려 욕먹기 딱 좋은 영화 시나리오의 집합체였다. 스포츠 영화의 흔한 클리셰를 몽땅 때려 부은 듯한 자극적인 설정이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됐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부상 위기 직후 찾아오는 기적 같은 대역전극, 그리고 오랫동안 우상으로 섬기던 전설을 외나무다리에서 밀어내며 마침표를 찍는 세대교체의 서사까지.
시작은 비극이었다. 최가온은 1차 시기 두 번째 점프 후 슬로프 턱에 걸려 크게 고꾸라졌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해 경기를 포기하는 듯 했다. 실제 전광판에 기권(DNS) 사인이 뜰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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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몸을 추스린 최가온였지만 2차 시기 역시 첫 점프에서 넘어졌다. 3차 시기 직전 최가온의 순위는 12명 중 11위. 사실상 메달권에서 지워진 상태였다.
마지막 시기를 앞두고 최가온은 실리를 택했다. 부상 통증과 기상 악조건을 고려해 무리한 1080도 회전 대신 900도와 720도 회전 위주로 기술 구성을 바꿨다. 높이와 회전수 대신 '완성도'에 집중하는 전략 수정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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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 치의 오차 없는 깔끔한 연기에 심사위원들은 90.25점이라는 고득점을 안겼다. 반면 1차 시기 88.00점으로 1위를 달리던 클로이 김은 최가온의 압박에 마지막 시도에서 실수를 범하며 무너졌다.
이 비현실적인 역전극이 가능했던 것은 하프파이프의 '베스트 스코어' 채점 방식 덕분이다. 세 차례 주행 중 가장 높은 단 하나의 점수만으로 순위를 가리는 룰이 두 번의 실패를 지워줬다.
여기에 실행의 완벽도와 공중 동작의 높이에 집중해 수행 점수를 극대화한 최가온의 냉철한 판단력이 '고교생 세계 챔피언'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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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온은 이번 금메달로 17세 3개월의 나이를 기록, 클로이 김이 2018년 평창 대회 때 세웠던 이 종목 최연소 금메달 기록(17세 10개월)까지 갈아치우며 우상을 넘어 새로운 전설이 됐다. 몇 년 후 영화로 재탄생할 것이 유력한 최가온 스토리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