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고율 관세의 약 90%를 미국 기업·소비자가 부담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담은 미국 기업이 아닌, 외국 생산자ㆍ기업에 압도적으로 전가됐다”(1월30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고 주장했지만, 전혀 다른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뉴욕 연방준비은행과 컬럼비아대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관세 비용의 상당 부분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귀착됐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한 지난해 1~8월에는 미국 측 부담 비율이 94%에 달했고, 9~10월에는 92%, 11월에는 86%였다.
쉽게 말해 대미 수출기업이 가격을 내린 것은 적었고, 미국 내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관세 인상분의 대부분을 떠안았다는 의미다. 지난 1년 동안 미국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2.6%에서 13%로 급등했다. 연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인 2018~2019년에도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관세 부담을 거의 대부분 떠안았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달 공개된 독일 킬(Kiel) 연구소의 보고서에서도 미국 내로 향한 관세 전가율이 96%에 달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도 그 수치를 94%로 제시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ㆍ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관세가 물가 급등의 큰 충격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기업들이 고객의 이탈을 우려해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3%에서 12월 2.7%로 하락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재고를 비축해두었기에 가격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중소기업은 소비자 가격을 올리거나, 파산 위기에 놓이는 등 관세 부담이 컸다. “관세 부담을 결국에 누가 짊어지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NYT)는 얘기다.
이런 뉴욕 연은의 보고서와 관련, 백악관 부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지난 1년 동안 거의 7배 가까이 상승했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둔화했고 기업 이익은 증가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