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윤민우 가천대 교수)가 13일 배현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결정했다. 윤리위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 김종혁 전 최고위원 탈당권유 결정에 이어 친한계 배 의원까지 중징계 결정을 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번 징계 결정으로 배 의원은 서울 지방선거를 총괄하는 서울시당위원장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의원직은 유지된다.
배 의원은 이날 오후 6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동혁 지도부는 기어이 중앙윤리위 뒤에 숨어서 서울의 공천권을 강탈하는 비겁하고 교활한 선택을 했다”며 “장동혁 지도부의 생존 방식은 당내 숙청뿐”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지도부는 배현진 체제의 선거조직 무력화를 위해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무리한 칼날을 휘둘렀는데, 머지않아 그 칼날이 본인들을 겨누게 될 것”이라며 “무소불위인 듯 보이는 권력으로 당원권을 잠시 정지시킬 수 있으나 태풍처럼 몰려오는 준엄한 민심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 의원은 ‘재심 청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잘 판단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국회를 찾아 지원사격을 했다. 박정훈, 안상훈, 유용원, 한지아 의원도 함께였다.
한 전 대표는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좌우 막론하고 역대 어느 공당에서도 이런 숙청행진은 없었다”며 “윤어게인 당권파는 배 의원 숙청으로 민주당발 4심제(재판소원) 이슈를 덮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인 다수 국민들과 함께 연대하고 행동해서 반드시 바로 잡을 것”이라고 했다.
윤리위가 배 의원을 중징계한 결정적 근거는 지난달 25일 불거진 일반인 아동 사진 게시 논란이었다. 당시 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혜훈 전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놓고 한 일반인과 댓글 설전을 벌이다가 “자식 사진 걸어놓고 악플질”이라며 해당 일반인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아동이 포함된 사진을 댓글로 게재했다.
이를 두고 윤리위는 “미성년 아동 사진 게시 행위는 모욕·협박적 표현에 해당할 소지가 있고,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국민 불쾌감을 유발하고 국민 정서에 반한다고 판단한다”며 “당원권 정지 1년에 처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11월 배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천박한 김건희” 등 SNS 글을 게시한 걸 두곤 “듣기에 따라 매우 공격적이고 과도하며 혐오적인 비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경징계인 경고”라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단식 투쟁을 하던 장 대표에 대해 “우리 당의 가장이 굶어 죽어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시점”이라는 글을 올린 걸 두곤 “불편한 내용이 있더라도 징계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한 전 대표 제명에 반대하는 서울시 당협위원장 21인의 성명서를 서울시당 전체 의사인 것처럼 외부에 알렸다는 제소 사유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날 배 의원의 징계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술렁거렸다. 국민의힘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 18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4000여 명의 대의원이 직접 선출한 서울 선거의 총책임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건 지방선거를 포기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고 호소문을 냈다. 오신환 전 의원 등 일부 당협위원장들은 장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반면 장동혁 대표는 오후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윤리위 직무는 독립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징계 절차에 대해 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당내에서 문제가 됐던 징계 사유에 대해 윤리위에서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다거나 하면 당의 기강을 확립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설 연휴를 목전에 다시 한 번 친한계 징계를 놓고 내홍에 휩싸였다. 친한계인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장동혁은 사퇴하라”며 “서울시당 공천권을 빼앗기 위한 찬탈행위이자 민주당을 이롭게하는 이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안상훈 의원은 “서울시당 윤리위의 보수 유튜버 고성국 징계 결정에 대한 정치보복이자 서울시당 공천권을 강탈하는 막장 드라마”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설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립 성향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설 연휴 밥상에 민생을 올려도 모자랄 마당에 다시 한 번 정적 제거로 비치는 윤리위 징계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며 “선거를 스스로 포기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반면에 당 지도부 인사는 “친한계라고 해서 징계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오히려 특혜”라며 “게다가 징계 핵심 사유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미성년 아동 사진 게재 논란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잡음이 있더라도 지방선거 전에 빨리 털고 가는 게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