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시상식. 포디움의 중앙에 금메달리스트 최가온(18), 양 옆에 은메달을 딴 클로이 김(26·미국)과 동메달리스트 오노 미쓰키(일본)가 섰다.
포토 촬영이 이어졌는데 클로이 김이 최가온의 입을 가리고 있던 넥워머를 내려줬다. 앞서 2차례 올림픽을 제패해 경험이 많은 클로이 김이 최가온의 얼굴이 잘나올 수 있도록 배려해준 거다. 클로이 김은 최가온에 밀려 올림픽 3연패가 좌절됐는데도 밝은 미소로 축하해줬다.
최가온과 클로이 김, 오노 미쓰키는 갤럭시 Z 플립7 올림픽 에디션으로 빅토리 셀피를 찍었다. 시상대를 내려갈 때도 절뚝거리는 최가온을 클로이 김이 부축했다. 앞서 최가온의 금메달이 확정된 뒤에도 클로이 김이 스노보드를 타고 먼저 달려가 안아주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최가온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클로이 언니는 제 롤모델이었고 우상이다. 1차 시기 때 다쳤을 때도 저를 위로해주고 울먹울먹거리셨다. 내려와서 안아주는데 너무 따뜻하고 행복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클로이 김은 “걔는 제 베이비(아이)와 다름 없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이렇게 성장한 걸 보니 너무 자랑스럽다. 전 항상 가온이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고, 지금도 그렇다. 제 멘토들이 저에게 해줬던 것처럼, 저도 가온이에게 든든한 선배로서 곁을 지켜주고 싶었다”고 했다.
1차 시기에서 보드가 슬로프 턱에 걸려 고꾸라지며 넘어진 최가온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준 이도 클로이 김이었다.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 넘어졌을 때도 바로 가서 ‘넌 진짜 훌륭한 스노보더야. 방금 실수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털어버려. 넌 충분히 할 수 있어’라고 얘기해줬다. 3차시기에 보란 듯 완벽히 해내고 우승까지 거머쥐다니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또 클로이 김은 “저도 17살 때 첫 올림픽 금메달을 땄는데 가온이도 딱 17살에 해냈다. 가온이만큼 이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독하게 노력하는 선수다. 9살 꼬마 때부터 저보다 먼저 하프파이프에 나와 연습하곤 했고, 심지어 전 시도해본 적도 없는 기술들을 막 도전하더라. ‘어마무시’한 저력을 가진 선수”라고 했다.
먼저 기자회견을 마친 클로이 김이 일어나자 최가온은 “언니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했고, 클로이 김이 한국어로 “축하해~”라며 최가온을 안아줬다. 최가온은 “클로이 언니가 ‘나 이제 은퇴한다’고 말했는데, 농담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인 부모를 둔 재미교포 클로이 김은 최가온을 보면 마치 어린시절을 거울로 보는 듯 같다고 했다. 최가온이 2023년 14세 나이로 X게임 최연소 우승 기록을 깼을 당시에도 클로이 김은 “자랑스러운 엄마가 된 기분이다. 스노보드 미래가 밝다”고 했다.
최가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먼저 이 길을 걸은 클로이 언니는 같은 여자로서 공감되는 이야기와 조언을 많이 해줬다. 내용은 비밀이다. 클로이 언니는 정말 멋지고 유머러스하다. 훈련이나 대회에 보여주는 모습은 언제나 저에게 무언가를 남겨줘 언니랑 훈련하는 걸 좋아한다”고 ‘리스펙’했다.
12살 때 코로나19가 터져 일본 입국이 안됐고 훈련장을 찾기 어려울 때 길을 열어준 이도 클로이의 아버지였다. 최가온은 “클로이 언니의 아버지가 ‘클로이를 오랫동안 가르쳤던 벤 위스너 코치에 연락해보라’고 추천해줬다. 육아에 전념하던 벤 선생님이 제 영상을 보고 같이 해보자고 해서 짐을 싸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뉴질랜드에서는 훈련 중 다쳤을 때 클로이 언니가 응급실까지 따라와 어떤 설명인지 설명해주고 챙겨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