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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충청 배불러터져" TK주호영 발끈…국힘 '행정통합' 집안싸움

중앙일보

2026.02.13 13:00 2026.02.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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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동대구역에 설치된 박정희 동상.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행정통합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충청권 의원들은 “민주당표 행정통합 법안은 ‘졸속’이니 당론으로 반대하자”고 나섰지만 당 주류인 TK의원들이 “지금 아니면 대구·경북 통합은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충남 서산-태안이 지역구인 성일종 의원은 지난 1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행정통합은 ‘재판소원’ 등 법안 통과로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무마시키는 과정에서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며 “행정통합 자체가 국토 대개조 문제로 커진 만큼 대전·충남뿐만 아니라 여당의 대구·경북 통합안도 당 차원에서 반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예산)도 “대전·충남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통합안도 재정 분권이나 권한 이양이 기대보다 크게 못 미친다”며 “이런 통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성 의원을 거들었다. 성 의원은 13일 통화에서 “대구·경북, 대전·충남 등 모든 통합안에 알맹이를 제대로 담아서 통과시키자는 뜻”이라며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니 당에서 중지를 모아 행정통합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신정훈 위원장(왼쪽)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구역 통합 관련 제정법률안에 대한 입법공청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대구·경북 통합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의원은 “충청도는 배가 불러서 터질지 몰라도 대구·경북은 굶어죽을 판”이라며 “죽이라도 먹어야지 찰밥을 안 준다고 내팽개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31년째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도 언급하며 “행정통합의 문이 열렸는데 안 뛰어 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4년 지역소득’ 결과에 따르면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137만원으로 전국 평균(4948만원)을 한참 밑돌고 있다.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병) 또한 “이재명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지원책(4년간 20조원 수준)도 굉장히 파격적인 것”이라며 “(충남 의원들 주장대로) 대전·충남, 대구·경북 통합에 반대했다가 광주·전남 통합만 되면 후과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까지 끌어들여 행정통합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충남 의원들 요구대로 통합 반대를 당론으로 삼자니 대구·경북 통합 찬성파들의 반대가 거세다. 그렇다고 대구·경북 의원들 사이에서도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이 있다. 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대구·경북 통합 열차에 무작정 탑승하면 경북 북부는 소외는 물론 고사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설왕설래가 너무 심해서 당 입장을 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답답한 상황이지만 의원들 얘기를 더 들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정통합 의결을 위해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은 민주당이 강행 처리에 나서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12일 낮까지만 해도 “법안 속성상 야당이 반대하는 통합까지 단독 처리하기엔 부담”(더불어민주당 소속 행정안전위원)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결국 민주당은 같은 날 심야에 행안위 전체회의를 열어 3가지 통합법안을 모두 의결했다. 민주당의 한 행안위원은 “국민의힘이 현직 단체장을 둔 충남·대전 통합 안에는 세게 반대했지만, 그 안과 별 차이가 없는 대구·경북 통합안에는 처리 의지를 보이지 않았느냐”며 “충남·대전 통합 반대의 명분이 약하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나간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관건은 행정통합 법안이 얼마나 빠르게 다음 관문을 통과하느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26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전에 행안위를 통과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당과 충분히 상의를 해서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준규.김나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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