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야유는 언제나 축구장에 존재했다. 문제는 그 빈도와 방향이다. 최근 프리미어리그를 중심으로 팬들이 감독과 선수단을 향해 보내는 '부정적 사인'이 더 자주 포착되면서, 그 배경과 의미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는 13일(한국시간) 팬들의 야유 문화와 심리, 그리고 토트넘 홋스퍼 사례를 중심으로 축구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된 분위기를 조명했다. 특히 토마스 프랭크 전 감독을 향한 토트넘 팬들의 반응을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프랭크 감독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1-2 패배 이후 경질되기 전까지 홈 팬들의 거센 야유를 반복적으로 받아왔다. 당시 토트넘은 최근 리그 17경기에서 단 2승에 그치며 부진했고, 그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팬들의 좌절감을 이해한다. 가장 쉬운 표적이 감독이라는 것도 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토트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BBC는 리버풀의 아르네 슬롯 감독과 일부 선수들도 시즌 도중 비슷한 반응을 경험했고, 여자 슈퍼리그에서는 에버턴의 브라이언 쇠렌센 감독이 부진 속에 야유를 들은 뒤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전했다.
선수 출신 인사들은 야유를 축구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웨인 루니는 선수 시절을 돌아보며 "팬들은 늘 의견을 갖고 있다. 때로는 지지하고, 때로는 등을 돌린다"라고 말했다. 조 하트 역시 "원정 팬들의 야유는 당연한 일이다. 만약 홈 팬들에게 야유를 받았다면 내가 뭔가 잘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야유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하트는 "당시에는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결국 플레이 방식이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니 머피 역시 강등권 싸움을 하던 시절의 경험을 언급하며 "야유는 도전 과제였다. 극복하려는 동기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BBC는 스포츠 심리학 관점도 함께 소개했다. 영국심리학회 스포츠·운동심리학 분과의 스티븐 스미스는 팬들의 야유가 감정적 본능과 집단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간의 결정 대부분은 감정에서 출발한다. 누군가 먼저 야유를 시작하면 집단에 동화되려는 심리가 작동한다. 야유는 불만을 표현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구단과 팬 사이의 관계 변화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과거에는 충성도와 공동체 의식이 강조됐다면, 현재는 높은 티켓 가격과 상업화로 인해 팬들이 '고객'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그만큼 불만 표출도 적극적이라는 분석이다.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토트넘 팬들은 감독을 향한 야유에는 선을 긋는 반면, 지속적인 부진이 이어질 경우 집단 행동에 동참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 중 일부는 "팀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해야 한다"며 야유 문화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였다.
또 다른 팬은 음주 문화와 약물 사용이 경기장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 전 과도한 음주가 감정적 반응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BC는 미디어 환경 변화 역시 야유 논란을 키우는 요소라고 짚었다. 방송과 소셜 미디어가 특정 장면을 빠르게 확산시키면서 팬들이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부정적인 분위기에 노출된다는 분석이다.
야유가 실제로 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이 언급되고 기록되면서 체감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머피는 "선수 이름을 연호할 때만 좋아할 수는 없다. 축구의 감정이 경기장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결국 야유는 축구의 일부다. 경기력에 대한 평가이자 팬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다만 그 강도와 방향, 그리고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남아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