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3일(현지시간)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역사에서 남을 날이었다. 서양에서 불길한 날로 꼽는 '13일의 금요일'에 피겨 스타들이 줄줄이 고개를 숙였다.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4조 경기. 관중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악했다. 우승후보로 꼽힌 일리야 말리닌(미국), 가기야마 유마(일본), 아당 샤오잉파(프랑스)가 실수를 연발했기 때문이다.
4조에서 가장 처음 나선 선수는 대한민국의 차준환. 차준환은 첫 과제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하게 성공했으나 두 번째 점프인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크게 넘어져 감점(1점)을 당했다. 다음 차례로 나선 미하일 샤이도로프(카자흐스탄)은 두 번째 점프인 쿼드러플 러츠에서 쿼터랜딩(4분의 1 지점 착지)를 저질러 수행점수(GOE) 3.45점을 깎이긴 했으나 나머지를 클린으로 처리했다. 앤드류 토카셰프도 한 차례 점프 실수를 했다. 쇼트 3, 4위인 다니엘 그라슬(이탈리아)과 아담 샤오힘파(프랑스)도 모두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더 충격적인 건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 '쿼드 갓' 일리야 말리닌과 가기야마 유마였다. 24명 중 23번째로 출전한 가기야마는 쿼드러플 살코, 쿼드러플 플립, 쿼드러플 토루프까지 3개의 4회전 점프를 놓쳤다. 이어 나선 말리닌은 7개의 쿼드러플 점프를 배치했지만 소화한 건 3개에 불과했다. 쿼드러플 악셀은 1회전(싱글 악셀)으로, 쿼드러플 살코는 더블 살코로 바뀌었으나 계속해서 흔들렸다.
말리닌은 프리스케이팅 156.33점으로 15위에 그쳤다. 채점 과정에서 비점프 요소까지 줄줄이 감점된 탓이었다. 쇼트 점수 108.16점을 더해도 총점 264.49점으로 8위에 머물렀다. 개인 최고 총점(333.81점)과는 69.32점이나 차이가 났다.
말리닌은 "프리스케이팅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자신감이 넘쳤다. 느낌도 아주 좋았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손에 잡힐 것 같던 모든 것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버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빙질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경기 시간이 긴 프리스케이팅을 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날이 덜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