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공포의 '판도라 상자' 열렸다…죽은 엡스타인에 떠는 셀럽들, 왜

중앙일보

2026.02.13 21: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판도라의 상자’ 엡스타인 파일, 추문의 시작과 끝
젊은 시절에 모임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왼쪽)과 제프리 엡스타인(왼쪽에서 셋째). [사진 NYT 유튜브 캡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엡스타인 파일의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이번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의 범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20년 전 “모두가 (그의 범죄를) 알고 있다”고 경찰에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법무부가 추가로 공개한 엡스타인 수사 관련 파일을 통해서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는 2006년 7월 당시 플로리다주 팜비치 경찰서장이었던 마이클 라이터에 전화를 해 “당신이 그를 막아줘서 정말 다행이다. 모두 그가 이런 일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엡스타인과 함께했던 적이 있다. 그 상황을 보고 바로 빠져나왔다”고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엡스타인의 죽음을 선거에도 활용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부메랑을 맞고 있다”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제프리 엡스타인 Jeffrey Epstein
출생 : 1953년 1월 20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사망 : 2019년 8월 10일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구치소)

1970년대 초 : 사립학교 교사로 근무
1976년 :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입사
1981년 : 베어스턴스 퇴사 후, 개인 투자회사 설립
1990년대~2000년대 : 초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자, 헤지펀드 매니저로 활동
① 과거 경찰 증언에 관한 트럼프 측 반응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공개되자 백악관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끝낸 과정은 정직하고 투명했다. 2006년 전화 통화는 있었을 수도 있고 없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의 연루설이 제기될 때마다 그와 과거 친분이 있었지만, 그의 범죄 사실이 알려지기 전 관계를 끊었으며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라이터 전 서장은 마이애미 헤럴드에 “(트럼프 발언과 관련된) 내용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②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엡스타인의 죽음을 활용했는데
사실 엡스타인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활용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 당시 관련 음모론을 활용해 지지층을 결집했다. 그의 죽음 배후에 민주당 내 비밀 권부인 ‘딥 스테이트’가 있고, 조 바이든 당시 행정부가 이를 들추기 꺼린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엡스타인과 교류한 인사 명단 등을 공개하겠다는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해 7월 미 법무부는 엡스타인의 사인은 자살이고 명단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진영을 불문하고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의회에서 통과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라 관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파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친분을 유추할 수 있는 사진과 이메일 기록 등도 담겼다.

③ 엡스타인과 연루된 유명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엡스타인 파일에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공개된 파일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미 정계 거물은 물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재계 유력 인사들의 이름도 포함됐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전 왕자, 스웨덴의 소피아 왕자비, 영국의 피터 맨덜슨 전 산업장관 등도 연루설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외신들에 따르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전용기 ‘로리타 익스프레스’를 여러 차례 이용했다. 신원 미상의 여인과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논란이 증폭되자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는 엡스타인 파일 관련 미 하원 감독위원회 조사에 출석해 증언하기로 했다.

최근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 홍보담당자가 엡스타인에게 보낸 이메일 속 ‘2010년 크리스마스 모임 참석 예정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일론 머스크는 엡스타인 소유 섬 방문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엡스타인 사건’ 연루 주요 인사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빌 게이츠 MS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지명자, 놈 촘스키 교수 등

유럽 영국 앤드루 전 왕자, 영국 피터 맨덜슨 전 산업장관, 프랑스 자크 랑 전 문화장관, 스웨덴 소피아 왕자비, 노르웨이 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총리, 노르웨이 메테마리트 왕세자빈, 슬로바키아 미로슬라우 라이차크 전 부총리, 뵈르게 브렌데 세계경제포럼 총재 등
빌 게이츠도 엡스타인을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공개된 파일에는 게이츠가 여성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포함됐다. 엡스타인이 2013년 작성한 이메일 초안에는 ‘빌 게이츠가 러시아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뒤 성병에 걸렸고, 이를 당시 아내에게 숨기기 위해 항생제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이자 현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전 왕자는 엡스타인 사건에 연루되며 왕자 칭호와 작위를 박탈당했다. 2010년 엡스타인을 버킹엄궁으로 초대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공개되면서다. 앤드루 전 왕자는 이메일에서 “궁에서 저녁을 먹으며 사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엡스타인이 20대 러시아 여성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자 “기쁘다”고 답한 정황도 담겼다.

세계적 석학 중 하나로 꼽히는 언어학자 놈 촘스키도 엡스타인과의 친분이 드러났다. 2019년 엡스타인이 변호사 겸 언론 대응 담당자에게 보낸 이메일엔 그가 촘스키로부터 받은 조언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촘스키는 엡스타인에게 “각종 논란을 무시하라”고 조언했다. 엡스타인에게 아파트 구입 등 재무 관련 조언을 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엡스타인과 촘스키의 대화 모습. [AP=연합뉴스]
④ 엡스타인은 어떻게 성공했나
전 세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엡스타인은 본래 사립학교 교사였다. 1976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입사하면서 금융계로 진출했다. 베어스턴스에서 승진 가도를 달리던 그는 1981년 독립해 10억 달러(약 1조450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 대상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막대한 부를 축적해 뉴욕 맨해튼 저택, 전용기 나아가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내 본인 소유 섬 등 호화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가 됐다.

⑤ 엡스타인 범죄가 드러난 계기는
성공한 금융인으로 이름을 알린 그의 실체가 드러난 건 2005년이다. 한 14세 소녀의 부모가 그를 성추행 혐의로 신고하면서다. 피해자는 30여 명에 달했고 대부분 엡스타인 소유 저택에서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엡스타인은 2006년 미성년자 성매매 유도 및 매춘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2008년 6월 그는 플리바게닝(유죄·형량 협상)을 통해 중범죄 기소를 피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만 인정돼 18개월 형량을 선고받았다. 복역 기간에도 낮에는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았다. 출소도 앞당겨져 2009년 7월 출소했다.

⑥ 출소 이후 엡스타인의 삶은
성범죄 이력에도 불구하고 엡스타인의 화려한 생활은 지속됐다. 그의 핵심 자산은 돈이 아닌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대부터 초부유층 고객들을 위해 도난당한 자산을 되찾아주는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신뢰를 쌓았다. 또 ‘뉴욕 예술 아카데미(New York Academy of Art)’ 이사회에 합류하는 등 유력 인사들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통로를 끊임없이 찾아 나섰다. 엡스타인은 부를 이용해 권력자들이 원하는 ‘환경’을 제공했고, 이들의 어두운 사생활은 곧 약점이 돼 엡스타인에 엄청난 ‘권력’을 안겨줬다. 인맥이 늘어날수록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마침내 그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⑦ 엡스타인이 또 체포되고 사망한 경위는
2019년 7월 미 연방수사국(FBI)와 뉴욕 경찰에 의해 또다시 체포됐다. 당시 미국 사회에 크게 퍼진 ‘미투(MeToo)’ 운동 영향이 컸다. 피해자들의 새로운 증언이 잇따랐고, 여론의 압박으로 FBI는 재수사에 착수했다. 비로소 엡스타인이 조직적으로 저질러온 범죄의 실체가 드러났다. 본인 소유 섬에서의 성범죄 등이 밝혀지면서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 착취 및 성매매 혐의 등으로 체포돼 뉴욕 연방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러나 엡스타인은 체포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구금 중 사망했다. 당국은 그가 자살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핵심 피의자가 재판에 서기 전 사망해 사건이 종결되며 미국 사회 전반에 거센 의혹이 일었다. 엡스타인이 유력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 관계를 맺어왔기에 각종 음모론이 나왔다.

⑧ 러시아 간첩설도 있는데
영국 텔레그래프는 최근 미 법무부가 지난달 말 추가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을 분석해 엡스타인이 러시아를 위해 활동한 간첩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매체는 공개된 파일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스크바가 언급된 문서가 수천 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여기엔 엡스타인이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문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엡스타인이 미디어 사업가 로버트 맥스웰을 통해 옛 소련 정보당국에 포섭됐으며, 그의 딸 길레인이 엡스타인의 연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길레인은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도운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최익재.전민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