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숨진 동료 선수들을 추모하기 위한 헬멧을 쓰고 올림픽에 나서려다 실격 처리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사진)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기한 항소가 기각됐다.
AP통신은 14일(한국시간) CAS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출전 금지를 취소해달라는 헤라스케비치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전했다. CAS 측은 "헤라스케비치의 추모 의도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국민과 선수들이 겪은 고통을 알리려는 시도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출전 금지 조치가 합리적이고 적절하다"고 밝혔다. 헤라스케비치는 판결 직후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헤라스케비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숨진 선수 24명의 얼굴이 새겨진 헬멧을 착용하고 지난 9일부터 스켈레톤 연습 주행에 나섰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이 12일 그를 만나 "어떠한 형태의 정치적 선전도 올림픽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검은색 추모 완장 착용 등을 절충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헤라스케비치가 헬멧 착용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IOC는 경기 직전 실격을 통보했다. IOC는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올림픽 경기장, 시설 또는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헤라스케비츠 측은 이번 판결이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 피겨 선수 막심 나우모프는 지난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부모의 사진을 공개했고, 이탈리아 스노보더 롤란트 피슈날러는 작은 러시아 국기 이미지를 넣은 헬멧을 쓴 채 경기에 나섰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나우모프는 경기 중이 아닌 '키스앤크라이' 구역에서 사진을 공개했고, 피슈날러의 헬멧은 2014 소치 대회를 포함해 자신이 출전했던 모든 올림픽 개최지를 기리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올림픽 출전 자격이 박탈된 당일 헤라스케비치는 조국으로부터 두 번째로 높은 훈격의 ‘자유 훈장’을 받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헤라스케비치와 그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용기를 갖는 것은 어떤 메달보다 값지다"고 했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선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40·한국명 한라성)이 마스크에 이순신 장군의 그림을 새겼으나 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사용을 불허한 바 있다. 캐나다 출신 귀화 선수인 달튼은 한국을 대표해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를 표현했으나 정치적 메시지란 이유로 제지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