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3일(현지시간) 자국의 조선업 재건의 로드맵을 발표하고 “한국 및 일본과 조선 재활성화에 대한 역사적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협력 방안과 관련해선 조선업 재활성화의 핵심 재원으로 한국에 대한 관세 압박으로 얻어낸 1500억 달러(약 217조원)의 조선업 투자 패키지를 언급하며, 무역과 관세를 담당하는 무역대표부(USTR)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바로 전날인 12일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온실가스 규제의 근거인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공식 폐기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보고서에선 “북극의 빙하가 후퇴하고 있다”며 북극항로 개척 및 자원 확보 방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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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머니’는 韓 투자금…“USTR이 확보해야”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마코 루비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국무장관 겸임)과 러셀 보트 백악관 관리예산국(OMB) 국장 명의의 42페이지짜리 ‘미국의 해양 행동계획’(이하 행동계획)에서 “미국의 조선 역량은 쇠퇴한 반면 전략적 경쟁국들은 시장 점유율을 신속하고, 때로는 불공정하게 확대해왔다”며 “이는 중대한 안보 및 공급망 의존성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맹 및 파트너와의 강화된 협력을 통해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들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 산업을 위한 전용 투자금 최소 1500억 달러를 확보했고, 상무부가 이 기금을 역사상 최대 투자를 달성하는 데 동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1500억 달러는 미국의 관세 압박 이후 타결된 한·미무역합의에서 한국이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에 포함된 조선업 전용 투자 패키지, 일명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지칭한 말이다.
행동계획은 이어 “세액 공제, 대출 보증 등 기존의 인센티브 제도는 불충분하다”며 “무역대표부(USTR)가 외교적·무역적 교류를 지속해 약속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실상 무역 압박을 통해 투자를 이끌겠다는 의미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국회의 입법 지연을 명분으로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일방 통보한 상태다.
행동계획은 이를 ‘동맹에 대한 조정된 전략’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비전 덕분에 미국은 경제적 번영과 안보를 동시에 진전시키며 해상 황금기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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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엔 유예하더니…“모든 외국산 선박에 입항료”
행동계획은 자국의 조선업 재활성화 자금 확보를 위해 한국의 투자금 외에 “모든 외국산 상업용 선박에 보편적 입항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외국산 선박에 화물 중량 kg당 1센트의 수수료를 부과하면 10년간 약 660억 달러, 25센트씩 부과하면 약 1조5000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을 근거로 이를 조선업 육성을 위한 ‘해양안보신탁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이 불공정한 정책으로 전세계 물류와 조선 분야의 지배력을 강화했다”며 10월 14일부터 중국산 선박이 미국에 입항할 때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려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와 ‘맞불’ 입항료로 맞서자 양국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입항료 부과 시행 시기를 1년 유예했다.
당초 해당 조치는 각국 선사가 가격경쟁력 때문에 선택해온 중국산 선박 대신 한국산 선박이나 한·미 투자 협력을 통해 앞으로 미국에서 건조할 선박을 주문할 유인책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공개한 행동계획은 사실상 한국의 자금으로 자국산 배를 생산할 역량을 갖추겠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한국산 선박에도 입항료를 부과할 뜻을 밝힌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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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부족한 ‘브리지’…근로자 내쫓더니 “교육 필요”
행동계획은 또 현재 사실상 선박 제조 능력이 없는 미국에 투자한 외국 조선 회사와의 단계적 협력 구상을 담은 ‘브리지 전략(Bridge Strategy)’도 제시했다.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미국 내 조선소에 자본을 투자한 외국 기업이 미국내 조선 생산이 가능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일부 물량을 소속 국가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해당 전략이 실행되면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의 계약 물량 일부를 한국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행동계획에는 ‘존스법’ 등 미국 국내법의 제한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에서 승객과 물품을 운송하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된 미국 선적으로 제한하고, 미국 시민이 소유(미국인의 지분 75% 이상)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행동계획은 이와 함께 미국 내 조선업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며 “해외에서의 기술자 훈련을 원활히 지원하고 동맹국 해상 전문가들을 미국으로 초청하여 국내에서 미국인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조지아에 위치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한국인 기술자 300여명을 체포 및 구금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행동계획은 당시 상황에 대한 언급은 물론, 해당 사건 이후 한국 정부와 논의하고 있는 비자 관련 사안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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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사기”라더니…“북극 빙하 후퇴 대비”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행동계획은 “북극항로는 해양 산업과 경제 발전 전반과 국가 안보 및 이해관계에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위협 및 도전을 제기한다”며 북극항로 개척 및 북극에서의 자원 개발에 대해 상당한 비중을 뒀다.
행동계획은 “빙하 후퇴와 기술 혁신이 북극에 대한 해상 접근성을 높여 무역 루트, 안보 및 전략적 자원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은 이 기회를 활용해 상업적 목적으로 북극항로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빙하가 녹는 등)북극의 변화하는 환경은 데이터 전송 및 광물 자원 채굴에 필수적인 케이블 설치와 같은 북극 해저 활동 확대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북극 개발과 관련한 목적을 분명히 했다.
기후 변화 위기를 ‘녹색 사기(Green scam)’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보고서를 공개하지 바로 전날인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직접 브리핑을 자처하고 온실가스 배출 규제의 근거인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공식 폐기했다.
반면 행동계획에선 사실상 기후 변화로 북극항로가 열린다는 것을 전제로 “북극 해상에서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지속적 접근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해당 업무를 수행할 부처로 국방부(전쟁부)를 비롯해 해안경비대(USCG), 국토안보부(DHS)를 적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북극의 요충지이자 막대한 천연자원이 매장된 그린란드 병합 계획을 내세우며 군사적 옵션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