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킬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27·강원도청)이 올림픽 3연속 메달을 땄다.
황대헌은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2초304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 쇼트트랙 남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메달 획득의 역사를 썼다.
9명이 경쟁한 결승에서 운이 따랐다. 황대헌은 7위를 달리다가 결승선 5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빠져나왔다. 신동민이 윌리엄 단지누(캐나다)와 충돌하는 사이, 황대헌이 공간을 파고 들어 옌스 판트 바우트(네덜란드)에 이어 2위로 올라섰고 결국 최종 2위로 들어왔다.
경기 후 만난 황대헌은 “여기 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련과 역경이 있었다.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돼서 소중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 나를 끝까지 믿어주고 응원해준 동료들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황대헌에겐 운이 따른 하루였다. 앞선 준결승에서부터 하늘이 도왔다. 미야타 쇼고(일본)와 사오앙 류(중국)이 접촉 후 넘어지면서, 황대헌은 윌리엄 단지누(캐나다), 미야타 쇼고(일본)의 뒤를 이어 3번째로 들어와 조 2위까지 주어지는 결승행이 무산될 위기였다. 그러나 미야타가 레인 변경 반칙으로 페널티를 받아 황대헌이 어부지리로 결승에 올랐다. 황대헌은 “4년 전 베이징 대회에서도 10명이 결승에서 붙어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사실 올 시즌 월드컵이 끝나고 레이스 공부를 많이 했다. 오늘 경기는 계획했던 대로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4번째 메달을 딴 황대헌은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500m 은메달리스트 황대헌은 2019년 임효준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구설에 휩싸였다. 황대헌은 대표팀 훈련 중 임효준이 바지를 잡아당겼다며 동성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임효준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뒤 중국으로 귀화해 린샤오쥔이 됐다.
이후 린샤오쥔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사건의 맥락을 아는 이들은 황대헌을 비판했다. 그런 와중에도 황대헌은 보란듯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1500m 금메달과 500m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중국팬들에게 SNS 테러를 당하면서 황대헌을 향한 옹호 여론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황대헌은 2023~24시즌 또 한번 ‘팀킬 논란’에 휘말렸는데, 이번에는 상대가 박지원으로 바뀌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과 국가대표 자동선발권이 걸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박지원에게 반칙을 범했다. 박지원은 이 여파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2개를 놓쳤고, 국가대표 자동 선발 기회도 잃었다. 일부 팬들은 그를 향해 ‘악마의 재능’이라는 거친 표현도 썼다.
황대헌은 거센 비판 속에서도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 2위에 올라 또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황대헌은 지난 13일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도 퇸 부르(네덜란드)와 접촉해 페널티를 받고 탈락했다. ‘팀킬’, ‘반칙왕’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3회 연속 메달을 따냈다.
황대헌의 실력을 인정하며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팬들도 있는 반면, 그를 여전히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팬들도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황대헌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많은 역경과 시련이 있었다. 그래서 이 자리가 더욱 소중하다. 금메달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값진 은메달을 따내 정말 좋다. 남은 경기도 후배들과 합심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