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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처럼 해외서 먼저 터진 K밴드 '더 로즈'…코첼라까지 성공 여정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개봉

중앙일보

2026.02.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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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촬영 중인 '더 로즈' 멤버들. 왼쪽부터 박도준, 이하준, 이태겸, 김우성이다. [사진 워너비펀]
흔히 대규모의 글로벌 팬덤을 거느린 K팝 가수라면 굴지의 대형 기획사에서 어린 시절 내내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친 아이돌 그룹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조건 없이도 유럽과 미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는 국내 인디밴드가 있다. 데뷔 10년 차 4인조 보이 밴드 '더 로즈'(The Rose)다. 이들의 성장 스토리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든 한국계 미국 교포 이성민 감독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줌 인터뷰에서 "지금은 K팝의 시대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K팝에는 록 음악으로 길을 개척한 밴드도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다가왔다"며 "이들이 걸어온 길이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밴드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영화 '더 로즈: 컴백 투 미'는 14일 CGV에서 개봉했다.

'더 로즈'는 2017년 싱글 앨범 'Sorry'로 데뷔했다. 장미처럼 아름다움과 가시가 공존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포부를 팀명에 담았다. 멤버는 김우성(일렉 기타·메인 보컬), 박도준(건반·메인 보컬), 이태겸(베이스·코러스), 이하준(드럼·코러스)이다. 메인 보컬이 두 명이고 모두 악기를 다루며 셀프 프로듀싱을 한다는 점에서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가 연상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팬덤도 유럽에서 가장 먼저 형성됐다. 외모는 '아이돌' 같다. 실제 K팝 양성 시스템의 훈련을 받은 경험도 있다. 밴드는 데뷔 6개월 만인 2018년 초 런던 등 유럽 5개 도시, 북미 7개 도시, 남미 4개 도시, 호주 2개 도시를 도는 기록을 세웠다. 2018년 하순엔 유럽과 호주 등 8개국 10개 도시로 2차 투어를 했다. 대형 기획사 아이돌도 데뷔 직후에 얻기는 어려운 성과다.

2024년 미국 코첼라 무대에 나서기에 앞서 리허설을 하는 '더 로즈' 멤버들. 왼쪽부터 박도준, 이태겸, 김우성, 이하준. [사진 워너비펀]
산이 높았던 만큼 골도 깊었을까. 소속사와의 갈등, 코로나, 군백기, 과거 약물 논란, 이 과정서 생긴 멤버 간의 오해는 K팝 가수들이 겪는 통상적인 우여곡절을 한데 모은 듯했다. 결국 이들은 2024년 코첼라 무대에 서며 밴드로서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이 과정을 인터뷰와 과거 자료, 촬영을 통해 기록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성민(Yi Eugene) 감독은 미국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동포로 2023년 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로 선댄스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았다. '더 로즈:컴백 투 미'는 지난해 트라이베카 영화제 '다큐멘터리 3위 관객상' 수상,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더 로즈'라는 밴드가 해외에서 이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A : 우리는 지금 K팝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영화를 만들면서 이런 세상에서 한국 사람이 '록 음악'을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다. 록이 많은 경우 K팝에 기대하는 장르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 로즈'의 이야기를 통해 이제 K팝에 대한 관점이 넓게 확장되었으면 한다. 한국인의 록 음악도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 또,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기존의 문법에 한정하지 않고 표현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라는 메시지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이성민(Yi Eugene) 감독. [사진 워너비펀]


Q :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A : 멤버들과 인터뷰다. 특히 김상우 씨가 어렵고 힘든 얘길 피하지 않을 때가 그랬다. (김상우는 2023년 KBS '박재범의 더 시즌즈' 출연과 함께 한국 활동을 본격화하던 시점에, 데뷔 전 있었던 약물 관련 사건이 문제로 불거졌다) 보통 인터뷰를 하면, 단순히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잦은데, 멤버들은 진짜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느꼈다. 두번째론 음악을 만드는 장면을 촬영할 때다. 처음엔 진짜 아무것도 없이 곡 작업을 시작해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결과적으로 좋은 노래가 나오는 과정이 마법 같았다.


Q : 다큐 영화에는 K팝 가수들의 애환과 좌절뿐 아니라 모든 가수 지망생이 꿈꾸는 글로벌 성공까지 압축적으로 녹아 있다.

A : 사실 기승전결이 확실한 스토리다. 장애물과 어려움이 없는 스토리는 이야기라기보단 광고에 가깝지 않나. 이는 멤버들이 소속사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적인 뮤지션이기에 가능한 스토리라고 본다. 또 그만큼 솔직하고 진솔하게 인터뷰한 결과 다큐멘터리가 녹인 스토리도 더 진실해진 것 같다. 연출적인 면에서 편안한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고심한 부분이기도 한데, 멤버나 상황에 따라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인터뷰를 했다.
영화 '더 로즈 : 컴백 투 미' 스틸컷. 멤버 이태겸(왼쪽)이 멤버들에게 "관계를 포함해 우리의 모든 것은 치유됐다"고 말하고 있다.


Q : 멤버들의 음악적 고집이 전세계 시장에서 통했다. 영화 창작자로서 어떻게 봤나. (※'더 로즈'는 데뷔 초기, 메인보컬을 한 명만 두자는 소속사와 대립하며 메인보컬을 두 명으로 하는 게 자신들의 음악 색깔에 맞는다며 방침을 고수했고, 소속사의 의견과 다른 곡을 앞세워 유튜브에서 소위 '대박'을 냈다)

A : 창작자가 독립적인 성격을 고수했기에 운명을 개척하는 힘도 나왔다는 생각이다. 물론 록 음악에 대해 국내 시장보다 수요가 큰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얻은 것은 유튜브 알고리즘의 덕도 있다. 이태겸씨가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이는 K팝이 닦은 길이다. 다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미 대형 소속사의 인기 가수가 유튜브로 소위 대박을 터뜨린 경우였고, BTS는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가수였다는 점에서 더 로즈와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건 모든 장르의 한국 음악을 전세계가 소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또, 이 영화는 '음악이 주는 치유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멤버들처럼 오로지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내면을 꺼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정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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