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경쟁 무대가 ‘눈 위’로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스마트글래스가 차세대 개인 단말로 주목받으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기술과 패션을 결합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중이다. 휴대성과 착용감, 디자인까지 얼마나 ‘안경다운 형태’를 구현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AI 스마트글래스 시장은 메타가 주도하는 가운데 애플, 삼성전자·구글 연합, 중국 업체들이 추격하는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기술경쟁을 넘어 일상에서 무리없이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얼마나 빠르게 대중화하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시장 전망은 밝다. HSBC 글로벌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글래스 착용자는 2025년 1500만명에서 2035년 2억8900만명으로 10년 만에 18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시장 규모도 2040년 2000억 달러(약 29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메타다. 메타는 레이밴과 협업한 ‘메타 레이밴’ 시리즈를 통해 스마트글래스를 패션 아이템에 가깝게 구현했다. 메시지 확인, 사진 촬영, 실시간 번역 등 주요 기능을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수행할 수 있고, 손목형 밴드를 활용한 제스처 조작도 가능하다. 출시 이후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메타는 최근 주문 물량을 여러차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전례 없는 수요로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우선 미국 시장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메타의 부품 주문 확대에 힘입어 올해 글로벌 증강현실(AR) 계열 글래스 출하량이 95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메타와 레이밴 모기업인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가 중장기적으로 생산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발 주자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은 디스플레이없이 아이폰과 연동되는 형태의 스마트글래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장에선 이르면 올해 관련 제품이 공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확장현실(XR) 기기 ‘갤럭시 XR’을 시작으로 차세대 웨어러블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삼성은 구글,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협력해 AI 기반 스마트 안경도 개발 중이다. 하드웨어는 삼성, 디자인은 젠틀몬스터가 맡아 일상 착용을 전제로 한 제품으로, 시장에서는 연내 출시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 엑스리얼과 로키드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6)’에서 차세대 AR·AI 글래스를 공개하며 기술 경쟁에 본격 합류했다. 엑스리얼은 고주사율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AR 글래스를 선보였고, 로키드는 결제 기능과 음성기반 AI 비서를 결합한 스마트글래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두 업체 모두 실시간 음성인식과 번역, 내비게이션 기능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장시간 껴도 불편하지 않은 무게와 착용감, 일상복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스마트글래스 경쟁의 승부처가 단순한 기술 성능을 넘어 ‘일상성’에 있다”며 “초기 신기함이 사라진 이후에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지, 가격은 얼마나 합리적인지, 콘텐트 생태계가 얼만큼 뒷받침될 수 있을 지가 시장 안착의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