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2026년의 베스트 라인업을 위한, 그리고 스프링캠프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전 구상마저 망가뜨렸다. 불법 도박 스캔들에 속한 고승민, 나승엽, 김동혁, 김세민이 팀에 끼친 민폐가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는 지난 14일 대만 타이난 아시아-태평양 국제야구센터에서 대만프로야구(CPBL) 타이강 호크스와 스프링캠프 첫 평가전을 치렀다. 롯데는 6-3으로 승리했다.
지난 13일 불법 도박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갖게 된 첫 대외 평가전이다. 롯데는 지난 9~10일 자체 청백전 2경기를 실시했다. 고승민, 나승엽, 김동혁, 김세민 모두 자체 청백전에서 자신들의 달라진 지점들을 점검했고 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11일 훈련을 마친 뒤 12일 새벽, 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벌였다. 대만 매체에서는 합법적 업장이라고 했지만, 불법 영업이 자행되고 있는 업장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롯데는 불법적인 업소에 방문한 것으로 판단했고 이들을 즉각 귀국 시키고 근신 처분을 내렸다. 당분간 이들은 훈련에서도 배제된다.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고 처분 결과에 따라서 최고 높은 수준의 구단 징계가 내려질 전망이다.
뒤숭숭한 분위기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에 남은 선수들은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불법 도박 사태 이후 첫 스케줄이 이날 타이강 호크스와의 평가전이었다.
경기는 롯데가 술술 풀어갔다. 5선발 후보 박진은 3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일본인 아시아쿼터 쿄야마 마사야도 2이닝 1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방했다. 최고 구속 149km, 평균 146km의 패스트볼을 선보였다.
또 다른 기대주 박준우는 7회 무사 만루 위기를 삼진과 병살타로 틀어막으면서 희망을 샘솟게 했다. 좌완 유망주 이영재도 성장세를 증명하며 8회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최고 구속 시속 148km를 찍으며 강속구 불펜의 새로운 탄생을 알렸다. 아쉬움은 9회 올라온 홍민기.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투구폼과 메커니즘을 교정하고 있던 홍민기는 최고 구속 시속 150km, 평균 147km의 공을 뿌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2사 후 만루 위기를 자초하면서 실점 했다. 1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의 기록을 남겼다.
주축과 백업 멤버 4인이 불법 도박 스캔들로 빠진 야수진의 경우 ‘FA급 예비역’ 한동희가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중견수로 포지션을 전향해 테스트를 받고 있는 손호영도 무난한 수비와 3루타와 2루타를 때려내는 장타 본능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다만, 불법 도박의 여파가 미친 곳은 내야진이다. 고승민 나승엽 김세민 등 내야수 3명이 빠지니 가용 자원이 부족했다. 외야진은 풍족하지만 내야진 가용 자원이 없었다. 결국 8회말 한동희가 중전안타를 때려낸 이후 대주자로 포수 손성빈이 투입됐다. 손성빈은 9회초 익숙치 않은 1루 수비까지 소화해야 했다.
평가전 기간, 다른 포지션의 선수가 대체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포수가 1루수로 나서는 경우는 특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에 없다. 만약 익숙치 않은 포지션으로 나섰다가 부상까지 당하면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손성빈은 이날 무리없이 경기를 마무리 했다.
고승민이 2루수, 나승엽이 1루수 혹은 3루수 자리에서, 김세민도 유격수 자리에서 평가전에 나서면서 실험을 했어야 했다. 특히 나승엽의 3루수 가능성을 실전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탈을 하지 않았다면 김태형 감독도 다양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평가전 구상, 나아가 올해 김태형 감독의 시즌 구상까지 망가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