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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조원밖에 안든다" 뉴욕 무료버스 뜨자…트럼프, 견제 나섰다 왜

중앙일보

2026.02.14 20:00 2026.02.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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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란 맘다니 당시 뉴욕 시장 당선인과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1일 조란 맘다니 당시 뉴욕시장 당선인을 초청해 가진 백악관 회동에서 뜻밖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선거 전만 해도 맘다니를 향해 “공산주의자”라고 독설을 쏟아붓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 맘다니가 잘할수록 나도 더 행복하다”고 하는 등 맘다니에 대한 신뢰를 표하며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념적으로는 180도 상반되는 적대 관계지만 생활비 경감이라는 국정 의제를 두고는 협력을 마다하지 않는 ‘통 큰 지도자’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훈훈했던 분위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냉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맘다니 시장의 핵심 공약을 겨냥한 견제에 나서면서다.


미 교통부는 맘다니가 이끄는 뉴욕시의 ‘무료 대중교통 버스’ 정책에 반대하는 취지의 연방정부 행정 가이드라인과 보조 예산 집행 중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폴리티코 보도로 전해졌다. 뉴욕시가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구상을 본격화하자 연방정부의 교통 보조금과 규제 권한을 활용해 제동을 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맘다니 시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구체화한 연방정부의 ‘정책적 압박’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일고 있다.



무료버스, 맘다니의 생활비 경감정책 핵심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맘다니는 뉴욕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시장으로 평가된다. 무료 버스 정책은 교통 약자의 이동권 보장과 탄소 배출 감축, 도시 불평등 완화를 동시에 겨냥한 그의 상징적 공약이다.


지난해 뉴욕 시장 선거에서 맘다니 당시 후보의 ‘빠른 무료 버스’ 공약은 유권자 표심을 파고들며 가장 인기 있는 공약 중 하나로 꼽혔다. 맘다니가 그리는 생활비 부담 완화 정책의 핵심으로 각인되기도 했다. 빈곤 퇴치 단체인 ‘뉴욕 커뮤니티 서비스 소사이어티’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뉴욕 시민 5명 중 1명은 대중교통 요금 지불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미국 뉴욕 시장 선거를 약 한 달 앞둔 지난해 10월 8일(현지시간) 조란 맘다니 당시 뉴욕 시장 후보가 시내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자신이 공약한 무료 버스 정책과 관련해 한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교통 보조금 중단 검토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세금으로 운영되는 무분별한 포퓰리즘”이자 “사회주의 실험”으로 규정하며 선을 그어 왔다. 교통부의 이번 제동 움직임은 이념적 충돌이 실제 정책 전선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무료 버스 정책에 대한 맘다니 시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맘다니 시장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오는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5주 동안 뉴욕 시내 모든 버스를 무료로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12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뉴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월드컵 기간에 무료 버스 정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키우고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확실하게 입증하겠다는 계산에서다.




맘다니, 월드컵 기간 뉴욕 버스 무료 운영 계획

맘다니 시장은 지난 11일 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월드컵 대회는 공공 공간을 변화시키고 도시를 환영하는 분위기로 만들 기회”라고 역설했다. 맘다니 시장은 무료 버스 시행 시 매년 10억 달러(약 1조4400억원)의 재정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는 뉴욕교통공사(MTA)를 향해서도 “뉴욕 전역에서 시행하더라도 연간 비용이 7억 달러(약 1조원) 수준일 것이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세금 정책도 여럿 있다”며 시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맘다니 견제’가 교통 정책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맘다니 시장은 무료 버스 외에도 임대료 규제 강화, 부유세 확대, 시 차원의 기후 규제 강화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와 충돌 소지가 큰 의제들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제동을 걸 수 있는 수단은 연방정부 보조금 동결, 법적 소송 제기 등 다양하다.

미 정치권에서는 무료 버스 정책을 둘러싼 뉴욕시와 연방정부 간 마찰은 앞으로 펼쳐질 맘다니 시장과 트럼프 행정부 간 갈등의 신호탄 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견제가 무료 버스로 상징화된 맘다니 시장의 실험을 멈춰 세울지, 아니면 맘다니가 연방정부의 압박을 뚫고 진보적 정책 실험을 계속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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