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8년 만에 밟은 올림픽 무대에서 좀처럼 속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린샤오쥔은 1분25초782, 조 최하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출발부터 밀렸다. 중반 이후에도 반전은 없었다. 특유의 인코스 파고들기, 마지막 바퀴에서의 폭발력은 보이지 않았다. 예선에서 상대 페널티로 어드밴스를 받으며 생존했지만, 준준결승은 스스로 돌파하지 못했다.
앞선 혼성 2000m 계주도 다르지 않았다. 예선만 소화했고,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중국 코치진의 ‘패싱’ 논란이 불거졌지만, 1000m 경기력은 오히려 그 선택을 설명하는 근거가 됐다. 기대를 전제로 한 배려가 아니라, 냉정한 전력 판단이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대조는 선명하다. 같은 날 레이스를 펼친 임종언(19, 고양시청)은 준결승을 통과해 결승 3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어릴 적 롤모델이 임효준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롤모델을 넘어선 장면이 국제 무대에서 연출됐다. 국내외 언론은 이 대비에 주목했다.
중국 현지 반응은 더 직설적이다. 소후닷컴은 “최하위로 반항조차 없었다. 영웅의 노쇠”라고 평했다. “경기 내내 속도를 끌어올리는 장면이 드물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시나스포츠 역시 “추월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SNS에서는 “비싼 돈 들여 데려왔는데 결과가 이게 뭐냐”, “한국으로 반품하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린샤오쥔은 SNS에 “끝까지 응원해 달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길지 않았다. 해명도 없었다. 대신 상황은 그의 이력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2019년 6월, 훈련 중 동성 후배의 바지를 내린 장난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1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법정 다툼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중국 귀화를 선택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했으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상 국적 변경 후 3년 유예 기간에 막혀 출전이 불가능했다.
임효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2023~2024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중국 쇼트트랙의 간판으로 부상했다. 실력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외모와 스타성도 주목받았다. 그러나 올림픽은 세계선수권과 다르다. 무대의 압박, 경쟁의 밀도, 단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것을 바꾼다.
8년 만에 이룬 올림픽 출전. 그러나 성적표는 냉정하다. 혼성 계주 4위, 개인전 1000m 준준결승 탈락. 아직 남은 종목이 있지만, 반전이 없다면 평가는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국적을 바꾼 선택, 긴 기다림, 그리고 이번 결과. 중국 팬들은 이미 계산을 시작했다.
린샤오쥔에게 남은 것은 말이 아니다. 레이스다. 기록과 순위만이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올림픽은 ‘도전’이 아니라 ‘실패한 귀화’라는 한 줄로 요약될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은 감정보다 결과를 먼저 묻는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 질문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