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뮌헨안보회의서 대서양 동맹 강조하며 긴장 '톤 다운'
1년 전 밴스 부통령 '독한' 공격과 뚜렷이 대비…기립박수 나와
"유화적 형식에 본질 감춰" 시각도…핀란드 대통령 "미 우선순위 불변"
美국무 '순한 맛' 연설에 안도한 유럽…"강경 내용 여전" 경계도
루비오, 뮌헨안보회의서 대서양 동맹 강조하며 긴장 '톤 다운'
1년 전 밴스 부통령 '독한' 공격과 뚜렷이 대비…기립박수 나와
"유화적 형식에 본질 감춰" 시각도…핀란드 대통령 "미 우선순위 불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1년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안보 포럼인 뮌헨안보회의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유럽을 향해 쏟아낸 적대적인 독설과 훈계에 충격에 휩싸였던 유럽이 올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국 측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회의 이틀째 연설에서 유럽과 미국의 공동 유산을 강조하면서 대서양 동맹의 분열보다는 화합에 방점을 찍는 듯한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둘러싼 이견, 도널드 트럼프 대통이 휘두른 관세 칼날,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향한 미국의 병합 야욕 등 1년 새 대서양 양안 관계를 크게 출렁인 게 한 일이 연속된 뒤 열린 회의인 만큼 미국이 유럽에 또 어떤 '독한' 발언으로 몰아붙일지가 국제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정작 연설에 나선 루비오 장관은 미국을 "유럽의 자식"이라고 부르며 미국과 유럽의 역사적, 문화적 뿌리가 동일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유럽이 여전히 미국의 동맹이며 양측이 공동 운명체라고 말하는 등 한층 '톤 다운' 된 발언을 내놨다.
1년 동안 긴장으로 점철된 유럽과 미국 관계를 다독이려는 듯한 루비오 장관의 연설에 회의장을 채운 유럽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를 보내며 안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연설에 대해 "매우 안심됐다"고 말했고,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루비오를 '진정한 파트너'라고 추켜세웠다.
대서양 동맹 관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루비오 장관의 연설에 대해 미국 CNN 방송은 밴스 미 부통령의 1년 전 강경 발언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열린 지난해 회의에서 밴스 부통령은 "마을에 새 보안관이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 순응하라고 요구했다. 또 "유럽 전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비난, 유럽과 갈등을 고조시켰다.
한편으로는 일견 부드러워진 태도와는 달리 이날 루비오 장관의 연설을 뜯어보면 내용 자체는 유럽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럽은 여전히 경계를 풀지 못하고 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 등 외신은 진단했다.
폴리티코는 '미국의 뮌헨 유화 공세, 유럽에 대한 더 강경한 노선을 감추다' 제하 기사에서 루비오 장관이 이날 연설에서 유럽을 향해 온정적이고, 심지어 친밀한 접근법을 택했지만, 메시지 자체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익에 맞게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동참하고, 그렇지 않을 거면 비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다.
유럽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여겨지는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격성이 줄어들고, 좀 더 차분해진 미국의 어조를 환영하면서도 내용 자체에는 미국의 우선순위에 변함이 없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스투브 대통령은 "대서양 양안의 온도를 낮추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루비오의 발언은 "1순위 서반구, 2순위 인도·태평양, 3순위 유럽"인 미국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으며, 유럽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변화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행사 막후에서 미국 당국자들이 유럽에 대한 반감을 솔직히 드러낸 점을 들며 유럽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이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전쟁)부 정책차관은 뮌헨안보회의 비공식 행사에서 미국과 유럽은 이해관계는 공유하지만 가치관은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와 관련, 한 참석자는 "그는 유럽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유럽이 책임을 더 분담해야 하며, 우리가 '가치에 기반을 둔 세계'에서 '이익 기반 세계'로 옮겨왔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한 유럽의회 의원은 공개 연설에서는 화해적인 어조를 취한 루비오 장관이 회의 직후인 15∼16일 친(親)러시아 성향 지도자들이 집권해 EU에 사사건건 반기를 드는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를 곧바로 방문한다며, 이런 행보가 시사하는 점이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