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포지션 이동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162경기를 풀로 완벽하게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새 시즌 과제 중 하나로 ‘먹기’를 꼽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이정후의 우익수 전환 소식과 함께 체중 감소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정후는 지난해 시즌을 치르면서 체중이 약 12파운드(5.4kg) 빠졌다. 공식 프로필상 이정후의 체중은 197파운드(89.4kg).
이정후는 “우선 많이 먹어야 한다. 야간 경기 전에는 늦잠 자는 걸 좋아하지만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다시 잠들어야 할 것 같다”며 체중 유지를 위해 수면 시간에 변화를 주며 아침을 먹겠다고 선언했다.
이정후에게 지난해는 메이저리그 첫 풀타임 시즌이었다. 한국에선 이동 거리가 한 시즌에 많아야 1만km 수준이지만 미국 전역을 쉴 새 없이 이동하며 시차도 다른 메이저리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체력 소모가 있다. 162경기 장기 레이스로 쉬는 날이 별로 없고, 낮 경기도 많아 이정후에게 체력 관리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특히 파워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시즌 첫 43경기에서 홈런 6개로 장타력을 보여줬지만 이후 76경기 연속 무홈런 침묵에 빠졌다. 5월1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9회 마지막 타석부터 8월1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까지 314타석 280타수 무홈런에 그쳤다. 이 기간 2루타 17개, 3루타 8개로 어느 정도 방어하긴 했지만 홈런이 너무 급감했다. 후반기 홈런 2개를 추가해 8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술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체력 이슈를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해 150경기를 뛰면서 5kg 넘게 빠졌고, 시즌 말미에는 힘이 뚝 떨어졌다. 9월 초반에는 기세가 좋았지만 마지막 14경기에서 타율 2할1푼3리(47타수 10안타) OPS .551로 페이스가 꺾이며 끝났다.
한 시즌 동안 몸으로 직접 느낀 이정후는 스스로 체중 유지를 위한 변화를 다짐했다. 외부 변수에 의한 변화도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골드글러브 중견수 해리슨 베이더를 FA 영입하면서 이정후는 우익수로 옮겼다. 포지션을 빼앗긴 게 달갑진 않지만 체력적으로 좌우 커버 범위가 넓은 중견수보다 우익수가 이정후에게 적합한 자리가 될 수 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내가 중견수로 더 잘했더라면 팀이 나를 중견수로 계속 썼을 것이다. 하지만 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 하겠다. 난 항상 팀을 위해 뛴다”고 말했다. 잭 미나시안 샌프란시스코 단장도 이정후의 팀을 위한 마인드에 고마워했다. 베이더와 계약이 마무리될 때 이정후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미나시안 단장은 “이정후가 나를 편하게 해주려고 했다. 그가 전한 메시지는 간결하고 명확했다.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말 훌륭했다”고 말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후는 “KBO 시절 우익수를 소화했다”며 낯선 포지션이 아니라고 했다. 토니 바이텔로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의 송구가 우익수로서 무기가 될 수 있다. 완전히 힘을 실어 던질 필요가 없다. 릴리스가 빠르고, 송구 정확도가 높다. 타격 능력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우익수로서도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수비에 초점이 맞춰진 봄이지만 타격도 작년보다 더 좋아져야 한다.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정후는 지난해 홈런 8개, 3루타 12개, 도루 10개로 wRC+ 107을 기록했다. 전체적인 성적은 괜찮았지만 2루 땅볼로 가득찬 깊은 부진도 있었고, 자이언츠가 그에게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안겨주게 만든 다재다능함을 완전하게 보여주진 못했다. 구단은 그의 타격에 잠재력이 더 남아있다고 기대하고 있고, 바이텔로 감독 체제에서 더 많은 도루도 가능할 것이다’고 전했다.
바이텔로 감독은 헌터 멘스 신임 타격코치와 함께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정후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내 눈에 이정후는 확신이 없어 보였다. 물론 메커니즘 문제와 상대 투수 유형도 영향이 있겠지만 확신이 없어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우리는 좋은 대화를 나눴고, 이정후는 그런 모습을 없애고 싶어 한다”며 타격에서도 더 좋은 활약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