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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쏠쏠 소문 타더니"…잘나가던 이 과일 80% 폭락 그뒤엔

중앙일보

2026.02.15 13:00 2026.02.1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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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시 아포읍 김천포도회 포도수출유통센터에서 개별 포장된 샤인머스캣이 상자에 담겨 있다. 김정석 기자
경북 영천과 김천 등지의 대표 작물인 샤인머스켓의 가격이 설 명절을 앞두고 급락하고 있다. 한때 명절 선물로도 각광 받았던 ‘고급 과일’ 샤인머스켓이 가격 하락,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농가들의 한숨 또한 깊어지고 있다.

안동시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락가격시세에 따르면 샤인머스켓 특등급 2㎏ 한 박스의 경매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최고 5000원, 최저 3300원으로 평균 4200원에 그쳤다. 일주일 전인 3일 기준 평균 가격 4500원이나 지난달 10일 기준 평균 가격 5628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명절이 다가올수록 점점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다.

좀 더 과거와 비교해보면 가격 하락 현상은 보다 뚜렷해진다. 2022년 2월 10일 기준 샤인머스켓 특등급 2㎏ 한 박스 경매가격은 평균 2만9100원, 2021년 2월 8일 기준 경매가격은 평균 2만3300원에 달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경매가격이 80% 이상 급락한 셈이다.



재배 과잉이 부른 품질 저하

샤인머스켓이 명절 과일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 선호도가 급속도로 약화되는 가장 큰 원인은 재배 과잉이다.

한때 고소득 작물로 주목받으며 샤인머스켓 재배에 뛰어든 농가가 급증, 샤인머스켓은 현재 경북 전체 포도 재배 면적의 약 60%(4829㏊)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 포도(켐벨얼리)보다 희소성이 높고 맛이 좋은 데다 껍질과 씨를 분리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어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다.
샤인머스켓이 2kg 단위 박스로 포장돼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높은 수익성을 노린 농가들이 너도나도 샤인머스켓 재배에 뛰어들고 일부 농가에서 비싼 가격을 받기 위해 정상 출하 시기보다 앞당겨 샤인머스켓을 시장에 내놓는 일이 늘어나면서 점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경북 김천에서 샤인머스캣 농사를 짓는 김인석(57)씨는 “샤인머스캣 농사를 지으면 수입이 쏠쏠하다는 소문에 지난 10여년간 너도나도 농사에 뛰어들었고, 몇 년 전부터는 남들보다 먼저 상품을 내놓겠다며 당도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수확해 판매하는 일이 반복됐다”며 “소비자들의 실망이 쌓이면서 결국 샤인머스캣을 외면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북농업기술원은 지난해 샤인머스켓 출하 시기부터 생산 농가에서 18브릭스 이상의 당도 등 품질 기준을 준수해 충분히 익어 맛있는 포도를 시장에 공급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착과량과 숙기를 준수하지 않은 일부 생산 농가가 가격이 좋은 이른 시기에 미숙과 등 저품질 샤인머스켓을 출하하는 일이 소비자의 재구매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지자체 인증제로 품질 관리를”

샤인머스캣에 편중돼 있는 포도 시장을 다양화하고, 지자체 차원의 샤인머스켓 품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영숙 경북도의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제360회 경북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가격 폭락으로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샤인머스켓 농가를 위해 경북도 차원의 긴급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남영숙 경북도의원이 지난달 28일 열린 제360회 경북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샤인머스켓 농가를 위한 경북도 차원의 긴급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의회

남 도의원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한 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운 나무를 전기톱으로 잘라내는 참담한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철저한 품질 관리와 함께 ‘경북 인증제’를 도입해 당도 기준 미달이나 과중량 제품의 출하를 엄격히 제한하고 기준을 통과한 고품질 제품에만 도지사 인증 마크를 부여해 무너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출 시장 다변화와 가공제품 개발 지원을 통해 동남아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개선하고 과잉 물량을 흡수할 수 있도록 가공시설과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정 품종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레드클라렛’ ‘글로리스타’ 등 경북도가 개발한 우수 신품종으로 전환하는 농가에 대해 시설비와 묘목 비용을 파격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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