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고 벌써 두 번째 달이 되었습니다. 이번 2월에는 설날도 있고, 명절 연휴로 여유가 있으면서도 뭔가 분주한 느낌이네요. 방학이나 휴가 등을 틈타 고향에 내려가거나 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요. 아무래도 날씨가 추운 만큼 따듯한 곳에 가고 싶어집니다. 우리나라는 위아래로 길게 뻗은 모양이라 좁은 땅덩어리지만 기후 차가 조금 있어서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생태환경이 약간씩 달라져요. 예를 들어 제주도에 가면 평소 보지 못하던 아열대성 식물이 아주 많죠. 제주도까지가 아니라도 남쪽으로 좀만 가다 보면 중부지방에선 못 보던 식물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해요. 이번 호에서는 겨울에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 상록성 침엽수 중 남부지방에서 보기 쉬운 히말라야시다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히말라야시다라는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다른 나라에서 온 식물로, 자주 보는 잎갈나무(이깔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을 떨어뜨리지 않아서 개잎갈나무라고도 부르죠. 학명 ‘Cedrus deodara’에서 ‘deodara’는 인도어 ‘deodar’에서 왔는데, 신의 나무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devdar’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설송'이라고 불러요.
우리나라 태극기가 그렇듯이 나라마다 그 나라의 특색을 살려서 국기 디자인을 하지요. 국기에 나무가 들어있는 나라가 있는데 혹시 어느 나라인지 알고 있을까요. 바로 레바논 국기에 나무가 그려져 있죠. 그 나무는 레바논삼나무라고 하는데 성경에도 나옵니다. 우리말로는 ‘백향목’이라고 하죠. 히말라야시다와 비슷해서 간혹 같은 나무로 착각하기도 하는데요. 따지자면 둘은 사촌 격인 나무입니다.
히말라야시다는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히말라야 북서부에 주로 살고, 아프가니스탄 동부지역에 걸쳐서 분포해요. 생김새가 멋지고 사계절 내내 잎이 지지 않아서 조경수로 많이 심어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30년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박정희 대통령이 좋아해서 1970년대 대구 구미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관공서나 학교, 공원 등에 특히 많이 심었다고 하죠. 가로수로도 한때 많이 심었지만 잎이 가느다란 바늘잎이다 보니 광합성량이 적고 먼지를 잡는 효과도 작으며, 천근성(뿌리가 얕게 뻗는 성질)이라 강한 바람에 잘 쓰러지는 편이라 최근에는 가로수로 심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심지 않는 추세죠.
히말라야시다는 생장이 빨라서 1970년대에 심었던 나무라도 크게 아름드리로 자라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가지치기하면 가지를 자른 자리에서 새 가지가 돋아나는 것을 ‘맹아력’이라고 하는데, 다른 침엽수와 달리 히말라야시다는 맹아력이 뛰어나서 가지치기를 하면서 수형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가 좋아요. 잎 모양은 잎갈나무와 비슷해 보이지만 잎갈나무 잎끝이 둥근 반면 히말라야시다의 잎은 뾰족합니다. 뾰족한데도 억세지 않고 부드러운 편이에요.
다른 나무와 비슷한 것 말고 특이한 걸 하나 더 들자면 특히 열매가 그렇습니다. 오리알보다 조금 큰 모습으로 나무에서 위를 향해 열려요. 가을이 되어 열매가 갈색으로 익게 되면 다른 솔방울들처럼 인편(작은 비늘 모양 구조)이 벌어지는 순간에 날개 달린 씨앗들이 밖으로 나와 바람을 타고 날아가죠.
보통 침엽수들은 추위에 강한 편입니다. 물론 잎갈나무나 메타세쿼이아와 같이 잎을 떨어뜨리는 바늘잎나무들도 있지만,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 상록수들은 추위에 강한 편인데, 히말라야시다는 다른 상록성 침엽수들보다 추위에 약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대전 이북에서는 자라는 게 어려워요. 강원도 삼척처럼 동해안에는 일부 심긴 지역도 있긴 하지만요.
신기하게 추위에 적응된 침엽수가 추위에 약하다고 생각하니 재밌습니다. 우리도 가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일을 준비하거나 사물을 디자인할 때가 있죠. 하지만 그에 맞지 않게 진행되거나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면 목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너무 화내지 말고, ‘살다 보면 이럴 수도 있구나’ ‘처한 상황에 맞게 사는 것도 필요하구나’ 하고 유연한 태도로 넘겨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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