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사표 반려·거짓 해명’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5년째 결론 없이 표류하고 있다. 사건 발생은 약 6년 전, 고발은 5년 전이다. 수사의 정점으로 꼽히는 김 전 대법원장을 검찰이 직접 조사한 지도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기소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법조계에선 “수사는 사실상 끝내놓고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처분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사건의 핵심은 김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됐던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고, 그 경위를 국회에 거짓으로 해명했다는 의혹이다. 2020년 5월 임 전 부장판사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표를 제출하자, 김 전 대법원장은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느냐”며 이를 반려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당시 사법농단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이 같은 사실은 2021년 2월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김 전 대법원장은 “탄핵을 이유로 사표를 반려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후 임 전 부장판사가 김 전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김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이 사건은 최근 내란 특검 수사 과정에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특검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2024년 5월 박 전 장관에게 “김명수 대법원장 사건은 2년이 넘게 왜 방치돼 있느냐”고 질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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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5년... 검찰 수사 어디까지
검찰 수사는 이미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해석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2022년 9월 직권남용 피해자인 임성근 전 부장판사를 조사했고, 2023년에는 김인겸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차장은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직접 접수했고, 김 전 대법원장의 국회 답변서 작성 경위도 잘 아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고발 3년 6개월 만인 2024년 8월에는 김 전 대법원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후 두 번째였다. 핵심 쟁점인 국회 답변서 작성 경위, 임 전 부장판사와의 면담 경과, 사표 반려 결정 과정을 아는 관계자들을 다 조사한 만큼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소환을 끝으로 기소 여부를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럼에도 김 전 대법원장 조사 이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추가 소환이나 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수사라기보다 결론만 남겨둔 상태”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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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소환해놓고 처분 감감무소식... 왜
수사 지연의 배경에는 전직 대법원장 사건인 만큼 사실관계를 더욱 엄밀히 따져야 한다는 신중론이 사건을 지휘하는 대검찰청에서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직권남용 혐의 적용을 두고 수사팀과 대검 지휘부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갈등 국면으로까지 번진 것은 아니라는 게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후 2024년 말 이창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되고,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정기 인사로 수사팀과 지휘부가 전면 교체됐지만, 이후 해당 사건이 본격적으로 재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형사1부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몰린다”며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민주당 시절 대법원장 사건을 다시 밀어붙일 동력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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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앞으로 다가온 공소시효... 직권남용 쟁점은
처분이 지연되는 사이 공소시효도 점차 다가오고 있다. 직권남용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20년 5월 사표 반려를 기준으로 하면 2027년 5월 만료된다. 한 검사장은 “이 사건은 추가 수사를 할 부분이 거의 없고, 사실상 처분만 남은 단계일 것”이라며 “국가적 논란이 된 사건일수록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수사기관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혐의별로 평가가 엇갈린다. 허위공문서작성 혐의에 대해서는 비교적 의견이 모인다. 국회에 제출된 답변서 내용과 공개된 녹취록이 명백히 배치되는 만큼, 고의 여부를 다투더라도 허위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반면 직권남용 혐의는 쟁점이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임 전 부장판사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돼 권리 행사가 방해됐다는 구성 자체가 형사 사건에서 요구되는 ‘구체화된 권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사표를 반려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 비판을 피하려는 사적 목적이 있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인겸 전 차장에게 사표 수리를 거부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부분 역시 쟁점으로 거론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새 수사팀 진용을 꾸린 후 해당 사건을 다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